사설

‘북한판 NSC’ 연 김정은 도발 말고, 남측도 자극 말아야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북한이 남북한 연결로를 영구 분리하고 휴전선을 요새화하겠다고 한 뒤 나온 행동이다. 남측 군당국은 피해가 없었다면서도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분계선 이남에 대응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안전 분야 협의회를 주재하고 최근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 면면을 보면 남측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해당한다. 이런 형식의 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일부 구간을 폭파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남북 협력의 상징이다. 2002~2008년 남측의 현물 차관 1억3290만달러가 투입돼 만들어졌고,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오간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 북한이 이러한 상징적인 연결로를 폭파한 것은 유감이다.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와 마찬가지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내·외부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여름 일부 지역이 큰 수해를 입었으며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걸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지도부가 목표했던 경제 성과 달성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대남 적대감을 고조시켜야 할 국내적 수요가 있다고 봐야한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의 대결적이고, 자극하는 행보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 됐을 수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군 관련 의사 결정을 위해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아닌 NSC격 회의를 개최한 사실을 공개한 것도 주목을 요한다. 이 자리에서 인민군 총참모장이 무인기 침투에 대한 대응 군사행동계획을 보고했고 김 위원장이 “전쟁 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 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고 한다. 이로 미뤄 추가 군사 행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당국은 더 이상 도발적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한 지도부 모두 전면전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남북 소통 채널이 끊어진 상황에서 오해에 의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 전쟁은 공멸일 뿐이다. 윤 정권은 이럴 때일수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세심한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 최근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둘러싸고 군 당국이 보인 모호한 태도는 북한의 약을 올리는 것처럼 비쳤다. 빈틈없는 대비 태세는 기본이지만 상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키울 뿐이다.

남측 군당국 CCTV에 15일 낮 포착된 북한의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 장면.  합참 제공 영상 캡처

남측 군당국 CCTV에 15일 낮 포착된 북한의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 장면. 합참 제공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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