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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불법 증축’ 감사 한 달 넘었는데…조세포탈 의혹 손 놓은 국세청

신주영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문재원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문재원 기자

국세청이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업체들의 조세포탈 의혹에 대해 고발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감사원이 해당 업체들의 의혹을 명시한 감사 보고서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국세청이 정권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 보고서’에는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와 관련된 A·B 업체와 집무실 공사를 담당한 C 업체의 조세포탈 의혹이 담겼다. 감사원은 이들 업체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일용근로소득 지급 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는 등의 위법행위가 있다고 봤다.

한 달이 지났지만 국세청은 이들 업체에 대해 고발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같은 의혹을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박 의원실은 국세청이 관련 질의에 “의원실 질의를 받은 뒤에야 인지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사실 통보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박 의원실에 “감사원의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 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 후 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및 수취 행위에 대해 국세청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감사 보고서에 적시된 일련의 의혹은 조세범처벌법 제3조(조세 포탈 등) 6항, 제10조(세금계산서의 발급의무 위반 등) 등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또한 같은법 제21조에 따르면 국세청장·지방국세청장·세무서장의 고발이 없으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국세청이 전속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업체들의 조세포탈 의혹이 묻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은 조달청 나라장터 공고, 대통령실 관저 이전을 총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업체 추천 과정 해명, 관련 보도 등을 종합해 문제가 된 A·B·C 업체를 각각 ‘21그램’, ‘원담종합건설’, ‘스토리이엔지’로 추정했다.

경향신문이 감사 보고서를 들여다본 결과, A 업체는 관저 증축이 아닌 다른 공사명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하도급 업체에 관저 공사 비용을 지급한 정황이 확인됐다. A 업체는 감사원에 “과거 다른 공사나 이후 진행한 공사분 등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경우가 있고, 보안 등 문제 때문에 세금계산서 발행 시 품목명에 관저 공사 관련 내역임을 상세히 기재해 놓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B 업체는 공사 대금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에 품목명을 실제 공사 내용과 다르게 기재해 발행했다. 공사 대금을 타 업체 매출로 속여 처리하기도 했다. 시공 과정에서 일용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감사원 보고서는 지적했다.

집무실 공사를 맡은 C 업체는 방탄창호 시공을 하지 않고도 세금계산서 품목명에 ‘창호 공사’를 기재하며 시공에 필요한 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적었다. 이 업체는 대통령실 공사를 수주하기 전인 2021년에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으로 8억원가량의 추징금을 징수당한 바 있다. 이 업체 대표는 2023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3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의원은 “대통령 관저 증축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개입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와중에 국세청이 관련 업체의 조세포탈 의혹에 대해 손놓고 있다”며 “국세청이 알고도 덮었다면 정권 눈치를 본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왜 야당 인사는 탈탈 털어 수사하면서 관저 증축 업체는 드러난 의혹조차 수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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