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위)과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지난 8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세관 연루 마약 밀반입 사건 수사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마약 밀반입을 도운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처음 입을 열었다. 이들은 백해룡 경정(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 등 세관 연루 의혹을 파헤쳐온 경찰 수사가 ‘짜 맞춘 방식’이었다고 비판했고, 백 경정은 강하게 반발했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실시한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인천 세관 직원들은 익명으로 증언하면서 경찰 수사가 무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세관 연루 의혹의 한 가운데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이들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관 직원 손모씨는 “작년에 금융계좌를 자진해서 모두 제출했다. 어떤 분은 가족 계좌까지 냈다. CC(폐쇄회로)TV 하드디스크 12개를 떼 가서 포렌식을 했고 압수수색, 현장 조사 등 10회 모두 조사했다. 참고인 조사는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까지 받았다”라며 “저희가 받은 게 수사가 아니면 뭔가. 제발 저희 말도 듣고 헤아려달라”라고 했다. 직원 이모씨는 “경찰에서 제 사진을 범인에게 보여주고 입건해서 현장검증을 왔는데, 범인들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며 “그 단계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범행을 짜 맞춰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세관 직원 조모씨는 “백해룡 경정이 와이프 폰에 ‘범죄 이력 많은 분과 통화 내역이 있다’라고 했는데, 국정감사가 끝나면 그렇게만 (사실이) 된다”며 “(와이프가) 무인 가게를 한다. 손님 결제가 안 되면 와이프 폰으로 전화가 온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세관 연루 수사를 이끌어온 백 경정은 이날 국감에서 조씨 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언급하며 “범죄 전력이 굉장히 안좋은 사람들 10명 이상과 통화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저분들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씨가 무인점포 이용자 중 전과자가 포함될 수 있지 않냐고 반박한 것이다.
백 경정은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 각종 외압으로 수사 차질을 빚어왔다는 그간의 주장을 고수했다. 백 경정은 ‘사건 당일 CCTV, 업무용 PC, 피의자 계좌내역 등이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 대상이 됐냐’는 질문에 “영장이 발부된 적 없다”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백 경정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3일 실시한 3차 압수수색에서 CCTV를 압수했고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며 “자세한 걸 다 설명해 드릴 수 없으나, 하드디스크 압수한 사실은 백 경정도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CCTV나 PC 내역을 확보했고, 계좌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반입에 연루된 의혹을 주도적으로 수사해왔다. 이후 복수의 상급자로부터 ‘용산’을 언급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 지휘부는 “수사 외압의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