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과 북이 사이좋게 걸어가는 평화의 신발을 신고 나왔습니다.”
하얀 신발 위에 그려진 태극기와 인공기. 지난 15일 오전 경기 파주시청 앞에서 열린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의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농부의 신발이었다. 농부의 모자에 적힌 글귀도 새삼스럽다.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 그래 농부는 땅을 일구는 사람이지, 지주는 아니잖아?
북한 땅과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뒤숭숭하다. “오는 길에 군인들이 총을 들고나와 작전을 시작하는 것을 봤습니다.” 접경지역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대만 손님이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감 때문에 군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DMZ 평화관광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터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지 한 시간가량 지났을까? 뉴스 속보가 타전됐다. “북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이 소식을 들은 땅을 소유하지 않은 농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접경지역의 대지는 일개 농부의 노력으로 비옥하게 만들기에는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