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라는 경제 암흑기를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역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보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강한 봉쇄를 진행하였고, 그로 인해 중국 경기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과거부터 중국은 경기가 부진한 시기에 대규모 부채를 일으키며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지원, 난국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주거용 부동산 버블 및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크게 확산되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부진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부양 스탠스로 일관해왔다. 과거 일본은 급격한 부동산 버블 및 부채의 팽창을 용인했다가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던 바 있는데, 중국 역시 일본과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한 우려가 상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은 지난 수년과는 달리 강한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경기 및 주식 시장, 그리고 소비 경기 부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급준비율 및 각종 기준금리를 동시다발적으로 인하했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에 적용시켰던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낮춰주고 있다. 주식 투자 기관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주입해주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서는 대기업을 위해 저금리 대출 지원책 역시 함께 발표했다. 무엇이 중국 당국의 부양 스탠스를 180도 전환시켰던 것일까?
과거 일본의 장기 불황을 단순히 과도하게 높아졌던 부동산 가격의 급락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경험했던 스칸디나비아 3국의 위기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강한 충격이었던 것은 틀림없으나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의 버블 붕괴가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 가장 큰 이유를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이른바 급격한 부채 상환에서 찾을 수 있다.
경기 침체가 나타났을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선다. 낮아진 금리에 기업들은 대출을 받아 설비 투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용이 창출되고 신규 피고용자들의 소비가 이루어지면서 실물 경기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곤 한다. 그러나 일본처럼 과도한 부채가 쌓인 상황일 때에는 금리 인하 효과가 반대로 나타나곤 한다.
거대한 부채의 늪에 빠진 개인들은 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이자 부담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당 부채를 상환하려고 노력한다. 경제 주체들이 급여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 지속적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바, 금리 인하에도 설비 투자 및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되레 대출을 상환하고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대출 상환 및 소비 둔화가 나타나기에, 만성적인 수요 부족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강화되고, 물가가 하락한다는 심리는 지금의 소비를 물가가 하락한 이후로 늦추려는 경향을 만들어낸다. 금리 인하가 대출의 증가를 통해 경기 부양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려 대출의 상환이 이어지며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중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 부동산 붕괴 및 부채 디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낮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 확대 및 경기 개선이 나타나기보다는 기존에 받은 고금리 주택 담보 대출 상환을 중심으로 한 대출의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버블 및 부채 확대에 의존하는 성장이 줄 수 있는 중장기적인 두려움보다 당장 현실화되고 있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불황에 대한 경계감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였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부양책을 통해 난국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성장 의존이 강해진 바, 대외 경기 민감도 역시 높아졌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우며 한국 및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이 맞닥뜨린 장기 불황 가능성, 중국 당국의 적극적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