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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우는 마을

입력 2024.10.16 21:29

수정 2024.10.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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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스라치듯 몸을 일으켰다. 사이렌처럼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매 하는 평범한 울음이 아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생명이었지만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온몸이 부서지라 외치는 피맺힌 절규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수백 마리가 하나 되어 죽을 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듣고만 있어도 내 몸이 절망으로 울리는 듯했다. 뺨이라도 맞은 듯 볼이 얼얼했다. 불이라도 났나 싶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마을 전체가 절망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산과 들이 말없이 푸르렀다.

내 이웃은 소다. 나는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은 없지만 소는 있는 땅에서 산다. 삶에 여러 소음이 있지만, 소가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깰 줄은 몰랐다. 삶에 여러 이웃이 있지만, 소의 이웃으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이사를 왔더니 바로 옆집이 소의 집, 우사였다. ‘소음이 너무 커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으니 주의해 주세요’ 따위의 쪽지를 전하기에는 난감한 이웃이다. “그나마 번식 우사라 도살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라는 게 사람 이웃의 말이다. 우사와 이웃하여 산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뜻한다. 이곳이 도시가 아니며, 주거지역으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시골의 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강렬한 빨간 불빛을 볼 수 있을 것이며, 관리자의 부재를 채우기 위한 커다란 라디오 소리가 종일 산새에 울릴 것이며, 송아지가 팔려 간 날이 언제인지 마을 전체가 알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나와 이웃들이 모여 사는 한 무더기의 집 옆으로는 스피커 공장과 샐러드 공장 그리고 커다란 우사가 있다. 엄밀히 말해 공장이 우리에게 온 것이 아니고, 공장이 있는 곳에 우리가 온 것이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평생 도시의 공단 주변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 왔음에도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웃이 누구인가는 땅의 가치를 좌우한다. 누구나 소비를 원하지만, 생산하는 곳에 살고 싶지 않다. 누구나 소와 돼지를 먹지만 그들의 이웃이 될 생각은 없다. 냄새나고 시끄럽고 필요 이상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소와 돼지는 보이지 않는 멀고 먼 곳에서 맑고 투명하게 자라나 빠르고 신선하게 식탁 위에 오르면 된다.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소는 운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소는 운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소는 운다. 내가 읍내로 출근을 했다가 돌아와도 소는 운다. 단 한 줌의 생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맹렬히 운다. 그 울음소리를 들리는 대로 써보려 했지만 적는 족족 글자가 부서졌다. 같은 생각이 맴돈다. 무엇이 한 생명을 저토록 처절하게 만든 것일까. 그것이 사람이었다면 지나가는 누구라도 달려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다는 듯한 열규. 삶을 통째로 잃은 생명의 비명. 나는 초조하게 몸을 떤다. 입안이 바싹 마른다. 집에서 먼 곳으로, 먼 곳으로 도망친다.

내가 다시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소는 운다. 창문 너머로 시뻘건 빛이 번쩍인다. 방이 비명으로 가득 찬다. 창문을 굳게 닫는다. 이어폰으로 귀를 막는다. 안대로 빛을 막는다. 작은 소리로 읊조린다.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밤이 새도록 소가 운다. 다음 날도 운다. 그다음 날도. 살고 싶지 않아. 살고 싶지 않아. 살고 싶지 않아.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죽여줘. 죽여줘. 죽여줘.

다시, 소가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세상 어딘가에는 소가 우는 마을이 있다. 월요일이 돌아오고 가을이 돌아오듯, 그들이 운다. 사흘 밤낮을 내리 쉬지 않고 운다. 목청이 찢어지든, 내장이 문드러지든 운다. 들리지 않는다고 울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들이 운다. 낳고, 빼앗기고, 운다. 다시 낳고, 빼앗기고, 운다. 나는 모든 것을 듣는다. 의미 없는 사과를 읊조린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소가 운다.

양다솔 작가

양다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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