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의선·동해선 폭파 질문에 웃은 국무부 대변인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AFP연합뉴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대한 문답이 이뤄졌다. 한 기자가 ‘북한이 그들 소유의 도로를 스스로 폭파하고 파괴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웃음을 터뜨린 뒤 “음, 그런 식으로 설명하겠다면”이라고 말하고는 미리 준비한 언론대응 요지를 읽어내려갔다. 미국은 동맹인 한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고, 북한이 충돌 위험을 높이는 어떤 행동도 중단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밀러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웃음을 터뜨린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국무부 내 복수의 관련 부서에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질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밀러 대변인이 세계 각지의 엄중한 정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적이 처음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밀러 대변인의 태도를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9일 남측 국경 ‘요새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북한의 사실상 2인자인 김여정(노동당 부부장)은 남측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재발 시 “끔찍한 참변”을 공언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적 언사와 행동은 11월 미 대선을 염두에 둔 노림수일 수도 있지만, 남북 간에 오판에 따른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기로의 중동 전쟁에 더해 한반도에서 작은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국제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고 미국의 리더십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북한의 도로 폭파는 웃음을 유발하는 비이성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의 동맹인 한국 국민들의 삶에도 파장을 일으킨다. 미국 외교정책의 얼굴 역할을 하는 국무부 대변인의 답변 태도로 인해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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