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은 선출직과 임명직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장관은 당장 내일이라도 대통령이 경질할 수 있지만, 교육감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직급은 장관이 높아도 권한과 역할은 교육감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교육 백년대계 얼개를 짜는 일은 장관 몫이지만, 학생과 학부모 피부에 닿는 정책은 교육감이 대부분 입안하고 집행한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당선돼 17일 공식 취임했다. 정 신임 교육감은 50.24% 지지를 얻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조희연 전 교육감 득표율(38.10%)을 앞질렀다. 정 교육감 취임으로 2014년 이후 4번 연속 진보 교육감이 수도 서울의 초·중등 교육을 이끌게 됐다.
정 교육감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정치 성향과 교육 철학이 다르다. 정 교육감은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등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으로부터 시작된 진보 교육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현 정권에서 추진 중인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는 검정 취소를 요구하겠다 했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 양극화가 커지는 속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갈등·대립이 불가피하지만, 서울 유권자들은 진보 교육감을 다시 선택했다.
보수 진영은 이번 선거 패인을 23%의 ‘낮은 투표율’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유권자 관심이 낮고 후보자 자질·정책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이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대리전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은 보수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워서 침 뱉기요, 무책임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교육감 직선제 역시 필요하면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래도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대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정 교육감이 임기인 2026년 6월 말까지 서울의 교육수장으로서 교육자치의 전범을 세워주기 바란다.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 교육청으로 첫 출근을 한 정근식 신임 교육감이 소감과 교육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24.10.17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