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17일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반 만에 내놓은 결론이다. 두 사람이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이득을 취했고,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정황도 차고 넘치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다’며 면죄부를 주었다. 명품백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에 이어 이 정권 검찰에 김 여사는 성역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권오수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사실을 부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주가조작 사건은 물증·자백이 드물어 정황이 충분하면 기소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검찰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권 전 회장은 주가조작 자체를 부인한다. 그런 사람의 진술 등을 근거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게 말이 되는가. 검찰은 “상장사 대표가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이 투자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사정”이라거나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이 없어 주가조작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문인지 김 여사 법률대리인의 변론 요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으리라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선 어물쩍 넘어갔다. 주가조작 2차 주포인 김모씨는 2021년 10월 공범에게 쓴 편지에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라고 했다.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데, 김씨를 조사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주가조작 일당과 김 여사가 묶인 ‘BP(블랙펄 인베스트먼트) 패밀리’를 언급하면서 “다 같이 한배 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어떤 의미의 한배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확인이 안 됐다기보다 눈감거나 집요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수사 의지가 없는데 관련자들이 진술인들 제대로 했겠는가.
이런 수사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려는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을 물갈이하고 친윤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품백 수수 사건과 묶어 검찰총장 지시까지 어겨가며 김 여사를 한 차례 출장조사했다. 그리고 수사심의위도 거치지 않고 이른바 ‘레드팀 회의’라는 요식절차를 거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과정도, 결과도 불공정으로 점철된 수사였다.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은 중구난방 터져나오는 김 여사 의혹으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검찰이 공익의 대변자이기를 포기한 사건으로 두고두고 기록될 것이다. 더 이상 검찰에는 기대할 게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상 국회는 검찰의 존폐 문제까지 포함한 근본적인 검찰개혁에 전면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