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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법률’ 누가 심판하고 선언하는가

우리나라에서 누가 법률이 위헌임을 선언하는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나. 사법부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 있는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니까 개인이 위헌이라고 판단해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헌재가 심사하여 위헌으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위헌성이 짙다고 해도 그 법률은 효력이 있고 지켜져야 한다. 법원도 재판 중 해당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문제될 때, 재판부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없고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을 뿐이다. 위헌 심판권을 헌재가 갖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안다. 헌재가 설립된 지 30년이 훌쩍 넘었으니 모를 리 없다. 대통령, 법원, 국민은 위헌적 법률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언정 그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할 힘을 갖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한 여러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거의 빠짐없이 ‘위헌’을 사유로 들었다. 대통령은 헌법 제53조에 따라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삼권분립 이념에 따른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 행사엔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일까. 유권자 표심이 반영된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의결되었는데, 공포하기 전 대통령이 사전적 위헌 심사를 해서 위헌이라 판단하고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는가.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관련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다. 헌법엔 단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헌법학계에선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는 물론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경우’도 사유로 들고 있다.

대통령이 위헌을 사유로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에서 재의결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한 사전적 위헌 심사를 하는 결과가 된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최종적인 결정이 아니라 국회가 재의결할 수는 있지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어서 사실상 재의결은 봉쇄되어 있다. 실질적으로는 입법권이 침해당한 모양새다. 결국 우리나라 헌법에도 없는 사전적 위헌법률 심사를 대통령이 한 셈이 된다.

위헌을 사유로 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기존 헌재 결정례를 무시한 처사다.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토록 한 최순실 특검법에 대해 헌재는 “특별검사 후보자의 추천권을 누구에게 부여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인지는 사건의 특수성과 특별검사법의 도입 배경, 수사 대상과 임명 관여 주체와의 관련성 등을 고려하여 국회가 입법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야당 단독 추천권이 헌법과 권력분립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해 특정 정당 의도에 부합하는 후보자만 특별검사로 선정되는 구조는 권력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재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유를 든 것이다. 합헌인 그 특검법에 따라 특검보로 임명받고 수사팀장까지 했던 대통령 아니었던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틀렸단 말인가.

거부당한 대통령 배우자 특검법안은 대통령 개인과 가족의 사적 이해관계와 연관된 법률안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이해충돌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권한 남용이 될 수 있으므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단 법률안을 공포하고 그 이후에 헌재의 위헌법률 심판을 받아보는 것이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을 지키는 길이자 민의를 받드는 정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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