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길었던 폭염으로 김장철에도 배춧값이 평년보다 비싼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대형마트에서 예약판매를 받는 절임배추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장철 전에 저렴한 절임배추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지난해보다 판매가 3배 가까이 늘었다.
홈플러스는 해남 절임배추 예약판매를 받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늘었다고 18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올해 절임배추 사전예약 물량을 지난해보다 70% 늘렸는데도 수도권 대다수 점포에서 행사 첫날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일부 점포에서는 절임배추 예약을 위한 ‘오픈런’(물건을 사려고 영업 개시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지난 1일부터 진행한 절임배추 사전예약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배나 뛰었다. 회원할인과 행사카드 할인을 적용하면 20㎏ 한 박스 가격이 2만9900원 수준으로 저렴했던 해남산 절임배추의 경우 판매를 시작한 지난 1일 하루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되기도 했다. 이마트도 오는 25일부터 일주일간 절임배추 등 김장재료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대형마트는 사전예약과 대량매입 등을 통해 김장용 절임배추를 박스당 3~4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고공행진 중인 배추 가격이 김장철에도 가격이 많이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마트표 절임배추로 수요가 몰렸다. 한국물가협회는 배추 수급 동향과 지난 20년간의 생활물가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음달 배추 소매가격이 포기당 평균 53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달과 비교하면 42% 가량 하락한 가격이지만 11월 가격 기준으로는 최고가다. 작년 같은 달보다도 22.5% 높다.
김장을 줄이거나 배춧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소비자도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55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4일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35.6%는 김장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통상 김장철은 11월 상순에 시작하지만, 배춧값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11월 하순 이후에 김장을 하겠다는 응답이 62.3%에 달해 지난해(59.6%)보다 늘었다.
최근 치솟은 포장김치 수요도 여전하다.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6주간 김치 상품 주문 수량이 11만건으로 약 48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배추대란’이 본격화된 9월 마지막 주 이후 편성된 4번의 김치 방송은 연달아 매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