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위법” 못박은 법원···윤 정부 ‘방송장악’ 줄줄이 제동 가능성

조해람 기자

방통위 결정들 ‘절차적 정당성’ 부정한 판례

K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YTN 민영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에도 영향 미칠 듯

“국회, 조속한 위원 추천…대통령은 임명을”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체제’ 안건 의결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정책에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사들에 내린 징계는 물론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 K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재판장 이주영)는 지난 17일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MBC <PD수첩> 2022년 3월8일 방송분에 대한 방심위의 과징금 처분을 확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2인 체제 운영은 ‘방통위는 위원 5인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하지는 않다’고 주장해 왔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위원 2인으로 주요 안건들을 의결해 왔다.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방통위의 다른 결정들도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우선 MBC와 CBS, YTN 등 방심위 제재를 당한 방송사들의 처분취소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재를 받은 방송사들은 법원에 ‘2인 방통위 의결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달아 집행정지를 결정한 상황이다. 이번 <PD수첩> 판결로 첫 판례가 생긴 만큼 다른 본안소송들도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KBS·방송문화진흥회(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지난 7월5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KBS·방송문화진흥회(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지난 7월5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공영방송 이사 선임, YTN 민영화 등 결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YTN 민영화는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현 위원장 직무대행)이 2인 회의를 열어 의결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야권 이사들은 ‘2인 체제 결정은 위법하다’며 이사 선임 취소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YTN지부도 민영화(최대주주 변경 승인) 결정에 대해 같은 취지로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2인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KBS 이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KBS 신임 사장 선임 절차도 중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S 야권 이사들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 “위법적 절차를 통해 선임된 여권 성향 이사들은 KBS에 큰 혼란과 갈등을 낳고 있는 사장 선임 절차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이 위원장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도 ‘2인 체제 의결’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월31일 출근 첫날에 2인 회의를 열고 하루 만에 KBS 이사 추천과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이 탄핵되지 않더라도 복귀 후 2인 방통위가 유지된다면 주요 안건 의결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왼쪽)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지난 8월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장악 제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왼쪽)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지난 8월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장악 제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소송 당사자들은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YTN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 “(YTN의) 30년 공적 지배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절차적 정당성은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2인 방통위가 위법이니 YTN 강제 매각도 무효”라고 했다. MBC는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마치 사적 권력인양 온갖 부당한 결정과 징계를 남발하던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이 법원에서 명확히 확인된 것”이라며 “그동안 이뤄진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헀다.

국회가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을 조속히 추천하고 윤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이 최민희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뒤로 방통위원 추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한편으로는 방통위법을 정비하는 작업을 해야 하고, 방통위는 지금부터라도 2인 체제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방통위는 최근 일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대통령은 국회 추천 위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히고,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날 “2인 체제의 적법성과 방통위 심의의결 절차에 충분히 소명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즉시 항소해 소송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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