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풍 2차 가처분 신청도 기각···고려아연 공개매수 지속

김나연 기자

“고려아연 공개매수, 배임행위로 단정할 수 없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법원이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사주 공개매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의 사내이사인 최윤범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렇게 결정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고,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8일 진행된 심문에서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시도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30만~55만원을 유지해 온 주가를 89만원에 매수하려는 것은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고려아연은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자사주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맞섰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시가보다 높게 매수가격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매수한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고려아연의 매수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풍이 앞서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수가격을 최초 66만원에서 83만원까지 인상했던 점에 비춰볼 때 고려아연의 적정 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매수가격인 89만원이 시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이라는 영풍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법률 위반이라는 영풍 측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방식이 상법상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가능하도록 규정된 방법이라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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