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불펜 야구지만…‘스몰 마켓’ 클리블랜드의 좌절

심진용 기자

ALCS서 뉴욕 양키스에 밀린 이유

선발 못 버티며 체력전 PS선 한계

메이저리그(MLB)의 최근 대세는 불펜 야구다. 선발에게 긴 이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한된 이닝, 전력 투구로 실점을 억제하는 게 미덕이다. 통계 근거에 따라 타순이 세 바퀴 돌기 전에 선발을 내리고 불펜을 쏟아붓는다. 지난 시즌 MLB에서 평균 6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는 39.8%에 불과했다. 10년 전인 2013년 그 비율은 60.7%였다.

그러나 불펜 야구는 포스트시즌(PS)에서 한계를 드러내곤 한다. 정규시즌 내내 체력을 소진하면서, 가을 들어서는 제 위력을 내지 못하는 탓이다. ESPN은 21일 “최근 10년 동안 불펜 투수가 PS 전체 이닝의 50% 이상을 던지면서 월드시리즈까지 우승한 건 2021년 애틀랜타와 2020년 LA다저스뿐”이라고 짚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단계에서 뉴욕 양키스에 밀려 탈락한 클리블랜드는 리그를 대표하는 불펜의 팀이었다. 47세이브를 거둔 마무리 에마누엘 클라세를 비롯해 헌터 개디스, 케이드 스미스, 팀 헤린 등이 경기 후반을 지배했다. PS에서도 클리블랜드는 불펜의 힘에 모든 걸 걸었다. 다른 전력이 경쟁팀들보다 떨어지다 보니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디비전시리즈(ALDS)를 포함해 PS 9경기를 치르는 동안 클리블랜드 불펜 투수들은 도합 53.2이닝을 소화했다. 전체 89이닝 중 60.3%를 떠안았다.

불펜에 ‘올인’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 74.1이닝 동안 홈런 2개만 맞고 5자책만 기록했던 마무리 클라세가 PS 8이닝 동안 홈런 3개를 맞고 8자책을 기록했다. ALDS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3점 홈런을 맞았고, ALCS에서는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정규시즌 피홈런 1개였던 셋업맨 케이드 스미스도 ALCS 4차전에서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턴에게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주무기 빠른 공만 4구 연달아 던지며 승부를 걸었지만, 스탠턴을 이길 만한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 케이드는 정규시즌 빠른 공 평균 구속이 153.6㎞였지만, 스탠턴을 상대로 던진 빠른 공 4개는 모두 150㎞를 간신히 넘었다.

아무리 불펜이 강력해도, 선발들이 버텨주지 못하면 결국 어느 순간 한계를 보이고 만다.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2.57로 전체 1위를 기록한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였다. 클리블랜드도 처음부터 불펜 올인을 원한 건 아니었다. 에이스 셰인 비버가 토미존 수술을 받고 진작에 시즌을 접었다. 한때 최고의 2선발이었던 트리스톤 매켄지는 올해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부진 끝에 마이너로 내려갔다.

돈 많은 구단이었다면 시장에서 부실한 선발진을 보강할 수도 있었겠지만, 클리블랜드는 MLB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이다. 올해 클리블랜드 선수단 총연봉은 대략 1억달러로 양키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선발은 비싸고, 돈은 모자란다. 결국 가을 무대 불펜 야구의 한계는 한편으로 스몰 마켓의 한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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