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2차 가처분’도 기각

법원 “공개매수, 배임 해당 안 된다”

영풍·MBK “본소송서 책임 물을 것”

국민연금, 경영권 인수 ‘캐스팅보트’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MBK)와 고려아연 현 경영진 간에 벌어진 법정 공방에서 법원이 다시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영풍·MBK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MBK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법률 위반이라는 영풍 측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영풍·MBK 측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소식이 전해진 뒤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 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번 가처분의 경우와는 달리 향후 본안소송 단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문제점과 위법성을 명백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법원 결정에 따라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MBK 측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렸다. 최 회장 측은 우호지분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36.49%까지 지분율을 올릴 수 있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