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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한국 온 우간다 여성, 난민 지위 인정

남편의 폭력을 피해 한국으로 온 우간다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사법기관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구조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면 국제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를 받은 경우로 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지난달 25일 우간다에서 온 여성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우간다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다가 2012년 5월 남편 B씨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B씨의 폭행으로 불행해졌다. A씨가 아이를 출산하고 2014년 9월 직장으로 복귀하려고 하자 남편의 폭행이 시작됐다. A씨는 출근을 하려고 할 때마다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폭행은 아이들 앞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강도도 세졌다. 온 몸이 멍과 출혈로 뒤덮여 입원 치료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나 사법기관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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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7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그러자 B씨는 e메일로 협박을 이어갔다. e메일에는 ‘너는 나의 소유물이고, 나는 너에게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 ‘나는 평생 감옥에 있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게 복수할 것이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폭행을 당하는 등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2018년 12월 난민인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출입국은 난민불인정 처분을 내렸고, A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법원은 공고한 ‘남성주의’ 문화에서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난민신청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손 판사는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지위의 인정 기준 및 절차 편람과 지침’을 인용했다. 해당 지침에는 젠더와 관련한 난민신청에는 ‘성폭력, 가족·가정폭력, 강요에 의한 가족계획, 여성할례, 사회적 관습 위반에 대한 처벌, 동성애자에 대한 처벌’ 등이 포함된다.

손 판사는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고, 정부나 사법기관에 의해 처벌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을 사적인 것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손 판사는 “국가의 방치 속에서 우간다 역사에 걸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 차별을 기반으로 계속된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는 A씨의 행복추구권과 인간의 존엄성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가정폭력을 피해 한국에 온 여성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판례는 최근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인천지법은 이혼한 전 남편으로부터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한국에 온 튀니지 국적의 여성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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