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쌓인 금관가야 왕성,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도재기 선임기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성과 발표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 대형 건물지, 생활공구 제작 공방 등 확인”

금관가야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다양한 유물과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 대형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사진은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다양한 토기들의 일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금관가야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다양한 유물과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 대형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사진은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다양한 토기들의 일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가락국으로 불린 금관가야의 왕성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금관가야의 왕궁이 있던 터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 유적’(사적)에서 각종 유물들, 둘레 1.5㎞의 토성을 쌓을 당시 이뤄진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 대형 건물지, 각종 공방 등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서기 전후부터 532년 신라에 복속될 때까지 존속한 금관가야는 고령의 대가야가 부상하기 이전에는 가야연맹체를 대표하는 나라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에서 5세기 대에 대지 확장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을 비롯해 그동안 아궁이 시설을 갖춘 대형 건물지, 다양한 용도의 생활용 토기, 토우 같은 의례 행위물, 철을 생산하고 벼리던 야철터, 각종 생활공구 유물 등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김해 봉황동 유적의 현장 전경 일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김해 봉황동 유적의 현장 전경 일부.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5세기 당시 대지 확장과 지반강화를 위해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흙다짐 층인 대규모 패각성토층이 드러났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5세기 당시 대지 확장과 지반강화를 위해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흙다짐 층인 대규모 패각성토층이 드러났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시 봉황동에 자리한 ‘봉황동 유적’은 금관가야의 왕궁이나 왕성이 있던 터로 추정되는 가야 대표 유적의 하나다.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봉황대 구릉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의 발굴조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조사를 통해 배가 드나드는 접안시설, 토성, 여러 건물터, 야철터, 조개무지, 고인돌 등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 유구가 확인됐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최근 조사에서는 대지 확장을 위한 토목공사 중 지반 강화를 위해 다량의 조개껍데기를 섞어 흙을 다져 쌓은 대규모의 패각성토층을 확인했다”며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지반강화는 최대 깊이 4m, 길이는 봉황토성의 성벽까지 이어질 경우 100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사진 땅의 주변으로 흙을 켜켜이 다져 쌓아 대지를 확장하는 방법은 경주 황룡사 터, 부여 금강사 터 등 삼국시대 절터에서 일부 확인되고 있다. 연구소 측은 “봉황동 유적은 이들 유적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데다 조개껍데기를 섞어 쓴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5세기대에 봉황대 구릉 전체를 둘러싸는 둘레 약 1.5㎞의 토축 성벽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토목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해 봉황동 유적 전경.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 전경.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의 주변 일대 발굴조사 현황(1990~2022년).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의 주변 일대 발굴조사 현황(1990~2022년).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연구소는 그동안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대규모 공사 흔적 외에도 800여점에 이르는 각종 유물, 유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금관가야 초기의 기와 10여점을 비롯해 최고 지배자급 무덤에서 발굴되는 뿔잔형 토기 조각 등이 출토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들 유물은 봉황동 유적 일대가 금관가야 지배층의 거점 공간이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의례 행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우들도 확인됐다. 인물형 토우는 물론 말·점박이물범 등을 형상화한 동물형 토우, 방패모양 등의 사물형 토우 등이다. 또 옥, 유리 구슬 등의 유물도 확인됐다.

김해 봉황동 유적의 건물지에서 유물이 확인된 모습.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김해 봉황동 유적의 건물지에서 유물이 확인된 모습.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집모양 토기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토기도 많이 출토됐는데 3세기 중반부터 6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의 토기들이다. 또 각종 철기 유물과 함께 철광석·철괴·제철 흔적인 슬래그·바람을 불어넣는 송풍관 등 철 생산 관련 시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밖에 대형 주거지 내부에서 아궁이가 설치된 구들 시설, 벽체의 세부 구조도 드러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5세기대 금관가야 왕성의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 금관가야 전성기인 4세기대의 대형 건물지, 철 생산을 비롯한 각종 생활도구의 제작 공방 등을 확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금관가야 왕성의 실체를 좀더 구체적으로 밝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24일 오후 2시 발굴현장에서 봉황동 유적 일대에서 발굴한 유물 공개 등 발굴조사 성과를 설명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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