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 대한 감사원의 징계 요구를 한 달째 뭉개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의 실무책임자였지만, 김건희 여사와 친분 있는 무자격 업체가 공사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누가 추천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인물이다. 의혹에 입 닫은 대가인지 의심스럽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대통령실은 인사혁신처에 “김 전 비서관이 관저 보수공사 관리·감독 의무를 부당하게 처리해 국가공무원법을 위배했다”는 인사자료 통보를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8월29일 김 전 비서관이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후원 업체인 ‘21그램’이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를 총괄하면서 여러 위법 행위가 있음을 보고받고도 ‘공사의 신속성’만 강조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의결했다. 당시는 그가 공직자가 아니어서 징계가 불가능하기에 공직에 재임용 절차를 밟을 때 불이익을 받도록 감사원이 조치를 내린 것이다. 관저 특혜·불법 공사에 솜방망이를 든 감사원조차 징계 대상자로 지목할 정도이니 그 책임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현재 김 전 비서관은 한국공항공사 사장 최종 후보 5인에 올라 심사받고 있다. 대통령실이 감사원 징계 요구를 지체하고 뭉개는 이유가 공기업 사장에 임명하려는 의도인지 묻게 된다. 김 전 비서관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주택 정책 업무 경험이 전무했지만 2023년 6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됐다. ‘총선 스펙’을 원해 정부 부처 요직에 앉혔다는 말이 나왔고, 실제 지난해 12월 사표를 내고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영전을 거듭할 때마다 ‘김 여사 보은 인사설’이 따라붙은 인물이 또다시 공기업 수장 물망에 올라 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를 결정하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명품백 수수 의혹을 마구잡이로 종결 처리했다. 지난 21일 국감에서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가 공개할 예정이던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영상을 차단하려다 직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이 폭로됐다. 국가기관이 김 여사 의혹 방패막이를 앞다퉈 자처하더니, 이제는 문책을 받아야 할 인사마저 징계 대신 ‘꽃길’을 깔아주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