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의 가업 승계 시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사업용 자산 등의 가액만큼 과세표준에서 차감함으로써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독일, 일본,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제한된 범위로 시행하고 있다. 동 제도는 개인사업 내지는 그로부터 규모가 확대된 법인 대상이며 제도 취지상 당연히 상속인이 소정 기간 이상 가업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상속인이 가업을 운영하지 않아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주겠다던 최상목 부총리의 지난 7월 세법개정안 공개에 앞선 약속은 실은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가 붕어빵인가. 붕어빵에야 붕어가 없지만 가업상속공제에 가업 종사 조건이 없다면 그것은 안 될 일이다. 다만 이후 발표된 세법개정안까지 사후관리 요건을 무너뜨리는 그와 같은 내용을 담지는 않았다. 여러 다른 제도 개악 시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의할 점은 가업상속공제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라는 사실이다. 예외를 일반화하려면 근거가 명백해야 한다. 과연 그런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천명한다. 법 앞의 평등을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있어 구현함으로써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원칙이 조세평등주의다. 가업상속공제는 조세평등주의에 부합하는가.
상속세의 공제가 상속인의 인적 특성에 따른 것일 때엔 납세자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는 점에서 조세 정의에 위배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업상속공제처럼 상속세의 공제가 상속재산의 특성에 따른 것일 때엔 어떤가. 서울 소재 평균적인 30평 아파트의 전세보증금 6억원 중에도 1억원에 대해선 상속세를 납부하는 마당에, 가업과 연관된다고 해서 600억원이나 1200억원까지 혹은 한도 없이 상속세가 공제된다면 납득이 되는가. 조세 정의가 그런 것일 수는 없다. 사업체를 물려받는 경우에 대해 여타의 상속과 구별해 유독 특혜를 주려면 확실한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가업상속공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동 제도를 통해 일자리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활력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비록 조세평등주의에는 위배되더라도 사회적 편익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부족하며 차라리 포용적 성장을 위해 상속세를 포함한 자산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OECD 등 국제기구의 제언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상속은 그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평등한 것이다. 상속받을 가업이 있는 사람은 왕후장상의 씨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노력의 결실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가업상속에 대해 세제상 특전을 주겠다면, 사업과 무관한 재산이 부족해 상속세 납부 능력이 결여된 경우로 한정해야 조세 정의에 맞다. 특히 제도 시행의 사회적 편익과 상속인이 누릴 사적 혜택이 헌법상 비례성 원칙에 합치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심사해야 마땅하다. 제도에 설령 긍정적인 효과가 없지 않더라도 목적과 수단이 비례할 만큼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서 2013년에 제도를 폐지한 것도 그와 같은 위헌 소지 때문이었다.
국세통계로 우리 사회의 불로소득 과세(양도세, 이자 및 배당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와 개인에게 귀속되는 노력소득에 대한 과세(근로소득세, 사업소득세, 종합소득세)가 각각 국세청 총 징수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면 가업상속공제 확대 직전인 2007년에는 둘이 비슷했으나, 작년에는 전자가 14%, 후자가 27%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조세부담구조가 그렇게 변하는 과정에서는 노력소득에 비해 불로소득을 우대하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특징들이 한국경제 내에 강화되었을 법하다. 그간에 가업상속공제의 혜택도 상당 부분 돈 있고 땅 가진 자산가와 오너 일가의 몫이었을 것이다. 기업을 가족의 소유물쯤으로 여기며 상속세 회피와 부동산 가치 상승을 노려 꼼수와 변칙도 마다하지 않는 부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할 때에는 가업상속보다도 신분 세습이 목적이었을 터이다.
현재의 가업상속공제는 전면 개혁되어야 한다. 우선 상속증여세법에서 삭제하고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옮겨 일몰제 및 심층 평가의 대상이 되게 해야 순리다.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향이 옳다. 단, 상속세 납부 능력이 없는 상속인에 대해서는 승계 과정에서는 상속세를 유예하고 추후 발생하는 배당이나 급여에서 상속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현행 연부연납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의 가업상속공제 확대 계획부터 국회에서 막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