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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독일어 노래에 피아노 한 대···가을에 듣는 리트의 매력

입력 2024.10.23 17:04

수정 2024.10.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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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보스트리지·피아노 고토니

“피아노와 가수의 조화는 일종의 기적”

소프라노 한경성·피아노 횔

“리트는 가장 친밀하며 개인적인 예술”

서울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내한한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왼쪽)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 백승찬 기자

서울국제음악제 공연을 위해 내한한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왼쪽)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 백승찬 기자

독일 가곡을 뜻하는 리트(Lied)는 시와 음악이 어울린 음악 형식이다. 피아노 한 대만으로 반주한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발표된 지 200년이 다 된 현재까지 사랑받는 리트다. 다만 낯선 독일어 가사, 소박한 피아노 반주에 감상의 벽을 느낄 수도 있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뒤 27세에 뒤늦게 성악가의 길을 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리트 해석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여러 장의 ‘겨울 나그네’ 음반을 냈고, 책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펴내기도 했다.

보스트리지가 서울국제음악제 참석차 내한해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랄프 고토니의 반주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한다. 보스트리지는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말을 인용해 “가수가 성심을 다해 노래하면 관객이 언어를 이해하든 못하든 문제 되지 않는다”며 “나도 처음엔 독일어를 몰랐지만 곧 슈베르트의 음악에 빠져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토니는 “연주회가 끝나고 관객이 ‘결국 노래 주인공이 어떻게 된 건가요?’라고 물어본 경우가 있었다. 가사를 몰라도 음악을 듣고 주인공의 운명을 상상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트리지는 피아노 반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언어는 수많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며, 음색은 끝없이 변한다”며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가수와 조화해 소리를 더욱 유동적으로 만들어낸다. 그건 일종의 기적과 같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스트리지는 지금까지 수백번 이상 ‘겨울 나그네’를 불렀지만, “한 번도 같은 노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발매된 소프라노 한경성의 리트 음반 ‘달빛 노래’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 역시 피아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횔은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등과 작업해온 정상급 연주자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리트에서 피아노 연주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다”라며 “리트는 두 명의 아티스트(성악가와 피아니스트)가 나누는 대화이며, 보컬 챔버 뮤직(성악 실내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한경성이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의 반주에 노래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소프라노 한경성이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의 반주에 노래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달빛 노래’에는 달을 주제로 한 가곡 20곡이 담겼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의 곡을 비롯해 윤극영의 ‘반달’, 박태준의 ‘가을밤’ 등 한국 곡도 들을 수 있다. ‘반달’과 ‘가을밤’은 피아니스트이자 전 취리히 국립음악원 총장 다니엘 푸에터가 원곡과는 전혀 다른 신비한 곡으로 편곡했다. 한경성은 “아름다운 멜로디는 그대로 남겨둔 채, 달빛 흐르는 듯한 느낌의 반주로 낯설지만 묘하게 편곡해주셨다”고 말했다. 횔은 음반 해설에 이렇게 썼다.

“리트라는 예술은 언제나 삶의 상황을 표현했고, 항상 핵심을 찌른다. 이 예술은 단지 예쁘장한 장식으로 머문 적이 없다. 리트는 예술가가 그 마지막 가장자리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완성해야 하는, 액자에 담긴 그림 같다. 분명 리트는 가장 친밀한 표현을 가진 예술이며, 언제나 개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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