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됐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검토한 뒤 이르면 오는 24∼25일쯤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확보하려는 자사주 공개매수량은 전체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한다.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 물량은 전량 소각할 방침이라,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최대 매수 지분율인 2.5%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MBK) 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를 확보해 고려아연 지분을 총 38.47%까지 늘렸다. 전날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가진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해다. 베인캐피탈이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대 매입 지분율인 2.5%를 확보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6%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양측 지분율 차이는 2%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가운데 1.4%가량을 활용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의 우호 지분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의결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공개매수 종료 이후 최 회장 측과 영풍·MBK 모두 장내매수 및 우호지분을 통한 지분 경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7.83%를 쥔 국민연금의 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지속할 전망이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본안소송으로 다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시세조종 행위와 영풍·MBK의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 풍문 유포 행위 등을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매수 기간 내내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시장 교란 행위를 일삼은 것은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측”이라며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는 물론, 컴플라이언스까지 무너져버린 사태를 주주들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경영권 분쟁과 관련,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혐의로 영풍·MBK를 조사해달라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이 금감원 조사 결과 확인된다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89만원보다 낮은 87만60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