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해 대웅전을 참배한 뒤 주지 정오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김건희 여사 문제들’을 모조리 묵살한 다음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힘든 상황’이 뭔지 말하진 않았지만, 작금의 정권 위기는 아집과 불통에 사로잡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당연히 결자해지도 그의 몫이다. 그런데도 민심의 노도 앞에서 버티겠다는 ‘마이웨이 국정’ 선언이라니, 윤 대통령은 국민 염장을 지르기로 작정한 것인가.
대통령은 늘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회 갈등을 조정·해결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피하지 않고 여론을 무겁게 새기는 게 대통령에 부여된 막중한 책무이다. 그가 말한 업보의 핵심은 김 여사 문제 아닌가. 돌 맞아도 갈 길 가겠다는 건 대통령이 취할 자세도, 입 밖으로 꺼낼 말도 아니다. 그렇게 할 거라면 더 이상 ‘국민과 나라’란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은 누가 돌을 던진다는 것인가. 면전에서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요구한 한 대표인가,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을 지지하는 70% 국민인가,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인가. 사실 윤 대통령이 돌을 맞으려 했는지도 의문이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 윤 대통령의 쌍특검법 거부, 명태균씨 폭로에 하루 만에 들통난 용산의 거짓 해명은 돌을 맞겠다는 결기가 아니라 요리조리 회피할 궁리만 했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안위보다 대통령 부부의 안위를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데 혈안이니 경제·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아닌가. 무엇을 감추고 누구를 보호하려 대통령이 돌을 막겠다는 것인가. 민심에 귀 막은 윤 대통령의 오불관언 태도는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걸로 보일 뿐이다.
지금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에 턱걸이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론 어떤 국정 과제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임기 절반도 지나기 전에 이럴진대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낼 셈인가. 윤 대통령은 당장 ‘김건희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민심과 엇가는 오기·불통의 정치에 국정은 헛바퀴만 돌고, 정권의 미래는 어떻게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국정 운영의 위기감·절박함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윤 대통령은 ‘돌 맞고 가겠다’가 아니라 ‘내 탓이오’ 사과하고, 문제의 인물은 성역 없이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으며, 국정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