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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장례식’

입력 2024.10.23 18:27

경북 경산 대구대 입구에서 지난 6월 사회학과 재학생이 대학의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결정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경산 대구대 입구에서 지난 6월 사회학과 재학생이 대학의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결정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사회학자들은 이 세계들의 기능장애를 분석하고 그 갈등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개인이나 집단에 소크라테스적 산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93년 12월7일 프랑스의 권위 있는 학술상인 국립과학연구원(CNRS) 금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희망적인 수상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3년 <한국사회학>에 실어 국내에 알려졌다. 30여년 전 연설이지만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 달리, 언제부터인지 사회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은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을 생각하면, 부모들부터 이쪽 전공을 말리는 일도 적지 않다.

올 것이 온 것인가. 대구대에서 사회학과 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대구대 사회학과는 다음달 7~8일 ‘사회학과 장례식’을 연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해준 사회학과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 형식의 학술제다. 강의 개설 45년 만에 이 대학의 사회학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니 안타깝다. 벚꽃 폈다 지는 속도로, 지방대와 지역이 소멸되고 있다는 그 위기의 신호탄일 수 있다.

고충을 이해한다 쳐도, 대학이 당장의 효용성만을 내세워 학과를 폐지하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 사회학은 응용할 수 있는 영역도 많은 학문이다. 예컨대 새벽·로켓 배송으로 문 앞에 도착한 택배는 누가 어떻게 전달했는지, 요즘 시끄러운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비판적·공동체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학이다.

그냥 하늘만 봐서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떠 있는지 알 수 없다. 천체망원경으로 봐야 비로소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학의 기능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사회학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고, 세상을 깊고 넓게 보는 눈이 되어줄 수 있다. 사회학과가 대학에서 자취를 감춘 다음, 입담 좋은 강사들의 입으로만 사회학을 듣는 일은 상상하기 싫다. 이젠 사회학자들이 세상 탓만 할 게 아니라 사회학이 시민을 위한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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