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적 포지션에 강한 압박 전술로
광주FC, ACL 강호 깨고 3전 전승
조호르전 마치고 상대 팬에 인사
ESPN ‘코리안 모리뉴’ 집중 조명
울산 HD, 포항 스틸러스 등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광주FC가 이정효 감독의 ‘뚝심 축구’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22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ACL 엘리트 리그 스테이지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성했다.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일본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동아시아 그룹에서 유일하게 전승팀으로 우뚝 섰다.
시민구단 특성상 선수 영입 등에서 투자 제약도 있지만, 이 감독은 앞서 2022년 K리그2 우승과 승격, 2023년 K리그1 3위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제는 아시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이 감독의 전술은 K리그에서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빠르고 유동적인 포지션 플레이와 강한 압박을 기반으로 한 그의 전술은 현재 유럽 축구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마르세유(프랑스)의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과 곧잘 비교된다.
핵심은 선수들의 자유로운 포지션 변화다.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고 공격수가 수비를 지원하는 등 고정된 포지션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축구를 선보인다.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유일하게 두 차례나 그의 전술을 분석한 영상을 올렸을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전술적 창의성과 완성도는 인정받는다.
이 감독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호르전에서도 2-0으로 앞서가던 후반 37분, 선수들이 롱볼 위주의 플레이를 하자 극도로 화를 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축구는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다. 과정에 신경 써야 하는데, 선수들이 결과에 신경 쓴 것 같아 아쉽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감독의 혁신은 경기장 안팎으로 이어진다. 조호르전 후 원정 온 상대 팀 서포터들에게 선수단과 함께 인사하며 존중을 표현했다. “가와사키 선수들이 우리 팬에게 인사를 해줬듯이, 좋은 점은 배워야 한다. K리그 다른 구단도 응원 문화는 배우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축구 문화 전반의 발전까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 감독에 관한 관심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섰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최근 이 감독을 ‘코리안 모리뉴’로 소개하며 집중 조명했다. 감독 경력은 3년에 불과한 ‘루키’임에도 광주를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시켰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