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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슈크란

“나에게 산딸기나무가 있다면 열매에서 흐르는 그 붉은 피로 내 날개를 덧칠하고 새 부리를 가져가 달큰한 맛을 볼 텐데. 나에게 집이 있다면 창문틈 쏟아지는 햇살과 보얀 먼지에 마음이 팔렸을 때 내 이마를 한 점 빛줄기가 간질일 텐데.” 사랑하다 못해 암송까지 하는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의 시. 집집마다 폭격으로 부서지고, 죽은 아이의 얼굴에 묘지의 보송보송한 흙 대신 건물 잔해 먼지가 덮치는 장면. 집 한 채 남김없이 부서지고 무너진 그곳, 산딸기나무와 부신 햇살과 이불에서 터진 보푸라기도 무사하진 못하리라. 굴렁쇠를 밀고 달리던 아이가 죽은, 텅 빈 그 골목을 생각하니 눈물이 찡 난다.

세상은 온통 전쟁의 소문들. 우리네 땅 남북도 해빙의 날이 무색하게 바짝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가을밤의 라디오 신청곡.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향긋한 바람”이 부누나. 코스모스는 철조망 건너편에도 피었으리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소설가는 조촐한 동네잔치도 거절했다지. 전에 그분 아버지 되시는 한승원 샘을 모시고 산사에서 얘기마당을 열었다. 내가 진행자. 당시 선생은 “새처럼 조용히 말하고, 새처럼 부리를 조아리며 감사하면서 먹고 살자”는 말씀. 영광스럽게도 노벨상 소설가의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엔 당시 내가 머물던 교회당 사진과 잡동사니 사진이 실린 일도 있었다.

오다가다 스치면서 나눈 눈인사처럼, 작가들은 다만 고요와 평화를 감사하며 살아간다. 아랍어로 ‘슈크란’이란 ‘감사합니다’란 뜻. 전쟁통에도 작가가 살아 있어 고맙고, 책을 읽는 읽새(독자)가 또 고맙다. 언젠가 총알 대신 꼬박꼬박 눌러쓴 글이 이기리라 작가들은 믿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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