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지출 내역 숨겼던 축구협회, 부회장 배우자 식당서 ‘펑펑’

손우성 기자

멀리 떨어진 송파구 일식당…작년 14명 364만원 결제 ‘최고’

‘공금 몰아주기’ 지적…강유정 의원 “오남용 고질병 재발”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축구회관.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축구회관.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법인카드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곳이 최영일 축구협회 부회장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일식당으로 23일 확인됐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 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지난해 축구협회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축구협회 임원 14인이 법인카드로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식당은 최 부회장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일식당으로 밝혀졌다.

총 20회에 걸쳐 364만5000원이 결제됐다. 이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법인카드를 사용한 총 867곳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대부분 축구협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인근 식당 또는 카페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금액별로는 축구협회와 거리가 있는 송파구의 이 일식당에서 지출한 금액이 가장 컸다.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일식당에서 이뤄진 모임 중에는 축구협회 업무와 관련 없는 성격의 모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 한 인사는 기자에게 “가족 문제 등을 최 부회장이 이 식당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부회장이 축구협회 공금을 배우자 식당에 ‘몰아주기’ 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 배우자는 통화에서 “(최 부회장이) 손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다”면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이미 2017년 9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해 당시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과 이회택 부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 축구협회 임직원들은 골프장과 유흥주점, 노래방 등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번 최 부회장 사례처럼 가족과 지인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축구협회는 앞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밝히라는 대한체육회 감사 지적에 “사용 내역 없음”이라고 공시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받았다. 이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번지자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지원포털에 지난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시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축구협회가 승부조작 가담자 등에 대해 기습 사면을 시도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자리를 지킨 축구협회 실세로 꼽힌다. 최근엔 애초 독대로 알려졌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면담 자리에 최 부회장이 배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강유정 의원은 “축구협회의 고질병이었던 법인카드 오남용이 재발했다”며 “정몽규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는 능력도 도덕성도 없음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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