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잠깐 살던 ‘집터’라도 매입해 북카페 만든다는 광주시

고귀한 기자
광주광역시청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청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터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집은 이미 허물어져 집터만 남은데다 한강 작가 스스로도 “수상과 관련된 사업을 원치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북구 중흥동 한 작가가 머물렀던 집터를 매입하려고 현 소유주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현재 한 작가의 집터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5월을 세계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판단에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 ‘소년이 온다’에서 이름을 딴 북카페로 꾸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집터의 의미와 상징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주택에서 태어난 한 작가는 초등학교에 다니며 인근에 있는 주택으로 한 차례 이사를 했다. 광주시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한 작가가 이사한 뒤 초등학교에 다니며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2~3년쯤 머물렀던 곳이다.

당시 주택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애초 주택은 헐리고 1997년 2층 구조의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 현재 1층은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작가가 태어난 생가가 경우 현재 남아있지 않고, 부지가 좁으며 접근성이 등 좋지 않다는 판단에 한 작가가 잠시 머물렀던 집터로의 매입으로 계획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작가의 뜻과도 거리가 있다. 한 작가는 부친인 한승원 작가를 통해 지난 14일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사업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광주시에 전했다. 당시 광주시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옛 신양파크호텔에 한 작가의 문학관을 지으려다 한 작가가 사양하면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한 작가의 노벨상과 소년이 온다 속에 담긴 5·18의 의미가 꼭 집터 매입 등 어떤 형태의 사업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관 대신 책을 많이 읽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는 한 작가의 뜻과 그 의미를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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