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감서 공방 이어져
야 “신북풍공작” 강력 비판
한 의원 “생각 전달한 것뿐”
국방장관 “사적 대화 차원”
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안하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24일 포착됐다.
이데일리가 이날 포착한 한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한 의원이 군 후배인 신 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가 담겼다. 한 의원은 이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 하여금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또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파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호응했다. 한 의원은 지난 17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1만명 이상 파병돼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으로 참관단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모니터링하는 요원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단계적 조치의 하나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 현지 연락관 파견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해왔다.
야당 국방위원들은 ‘신북풍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자국 병사에 대한 선전포고로 문제 삼으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한반도 남북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안보사령탑이 은밀하게 나눈 대화가 대한민국 안보체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사적인 대화 차원에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나, 지금 나아가고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 확대해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의원은 이후 신상발언을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악마화하는데 제가 봐서는 가소롭다”면서 “제 개인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 발언에 반발하면서 국감은 중단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신종 북풍몰이’”라며 “국민의힘은 즉각 전쟁을 조장한 한 의원을 제명하고, 대통령실은 신 실장을 즉각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