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일흔다섯 살 정복자 할머니는 오늘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혼자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어 장애로 말 못 하는 할머니를 은근히 따돌렸습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결심을 알아차린 것은 할머니가 키우는 3살짜리 닭 한 마리뿐이죠.
할머니는 닭 모이를 넉넉하게 부어줍니다. 이제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때, 적막했던 할머니의 집에 손님이 한 명 찾아옵니다. 20대 중반의 여성 심연입니다. 심연은 밧줄에 목을 매달려는 할머니에게 말합니다. “혹시 좀비한테 물려서 그러세요?”
그렇습니다. 다소 어둡고 독특한 장면으로 문을 여는 이 웹툰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는 좀비 아포칼립스물입니다. 오랜 고립으로 할머니는 알지 못했지만 바깥세상은 이미 좀비들의 세상이 된 지 오래였습니다. 심연 역시 좀비가 된 가족을 떠나 고양이 철수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다다른 곳이 외딴 시골 마을의 할머니 집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심연, 고양이, 닭의 기묘한 동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는 네 생명체가 함께 지내며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바깥세상은 위험합니다. 좀비들이 판치는 세상이 늘 그렇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외양부터 인간과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작품 속 좀비들과 달리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의 좀비들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언어 능력이나 신체 능력 역시 그대로입니다. 다만 사람을 잡아먹을 뿐입니다. 인간과 교류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나와 대화하는 저 사람이 사실은 좀비일지 모르니까요.
사실 인간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도 힘을 쓰지 못하는 이 혼란한 세상에서 인간은 고기처럼 사고 팔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네 생명체는 좀비 세상인 지금 전보다 활기차 보입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혼자가 아니게 되었거든요.
꽤나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입니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살육의 순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금씩 드러나는 심연과 할머니의 과거사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여성과 나이 든 여성인 두 사람이 맞서 싸워야 하는 세계는 좀비가 창궐하기 전에도 충분히 폭력적이었습니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를 쓰고 그린 작가 ‘미역의 효능’의 작품입니다. 성폭력, 임신 중지, 미혼모 등 여성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풀어낸 그는 이번에도 두 여성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폭로합니다.
2019년 10월 연재를 시작한 이 웹툰은 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주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카카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