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지

“웰컴 휴먼” 빵 굽고 골 세리머니하는…도대체 누구냐 너

이진주 기자

국내 최대 로봇산업전 ‘2024 로보월드’ 가보니

290여 기업·기관…AI 접목 ‘인간형 로봇’ 화두

지난 23일 개막한 국내 최대 로봇산업전 ‘2024 로보월드’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물류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업체들이 참가해 제품을 소개했다. 이진주 기자

지난 23일 개막한 국내 최대 로봇산업전 ‘2024 로보월드’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물류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업체들이 참가해 제품을 소개했다. 이진주 기자

“저는 자동차 조립 파트에서 근무합니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동료들을 위해 커피를 만들어요. 취미는 축구인데 뻥 하고 찬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 저만의 세리머니를 선보이죠. 퇴근 후에는 가족들을 위해 프라이팬에 식빵을 굽고 원하는 음료를 가져오면 병뚜껑을 따서 줍니다.”

누구 이야기냐고요? 현재 구동 가능한 기술들을 모아 상상해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일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화제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리, 몸통, 팔다리 등으로 구성돼 사람과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어 산업로봇이나 협동로봇과는 달리 사람들의 관심도 높은데요. 로봇 연구자들은 그동안은 공상과학(SF) 영화를 통해 접했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머지않아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로봇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요.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4 로보월드’에 다녀왔습니다. 로보월드는 국내 최대 로봇산업 전시회로 올해는 29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880개 부스에서 다양한 로봇 기술을 선보였어요. 이번 전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반려 로봇,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물류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에이로봇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가 주문받은 사탕을 종이컵에 담은 뒤 또 다른 로봇 에이미가 들고 있는 쟁반에 올리고 있다. 이진주 기자

에이로봇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가 주문받은 사탕을 종이컵에 담은 뒤 또 다른 로봇 에이미가 들고 있는 쟁반에 올리고 있다. 이진주 기자

올해 로보월드의 화두는 AI가 접목된 지능형 로봇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족 보행 휴머로이드 로봇 업체의 부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화제였어요.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에이로봇 부스에서는 태극전사를 떠오르게 하는 붉은색 몸통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축구 골대 앞에서 신중하게 각도를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로봇은 에이로봇이 개발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예요. 왼발로 툭 하고 찬 공이 골대에 들어가자 엘리스는 한쪽 팔을 머리 위로 들었다 내리는 골 세리머니를 펼쳐보여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죠.

바로 옆 공간에서는 또 다른 앨리스가 관람객이 주문한 파란색 사탕을 종이컵에 담은 뒤 일명 웰컴 로봇으로 불리는 ‘에이미’가 들고 있는 쟁반에 종이컵을 내려놓았어요. 2족 보행인 앨리스와 달리 바퀴로 이동하는 에이미는 쟁반 위에 놓인 종이컵이 흔들리지 않게 부드럽게 이동해 관람객에게 배달했어요. 에이로봇은 서로 다른 종류의 로봇이 소통과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는 시연을 통해 미래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가게의 모습을 연출했다고 합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사족보행 로봇. 이진주 기자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사족보행 로봇. 이진주 기자

박천유 에이로봇 SW 엔지니어는 “기술력의 상승폭을 봤을 때 머지않아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람을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삶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2027~2029년까지 앨리스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해외 참가업체인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G1’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4족 보행 로봇으로 잘 알려진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지난 5월 생산현장과 가정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G1을 출시해 화제가 된 바 있죠.

G1은 유니트리로보틱스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H1’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해요. 이날 G1은 제자리에 앉았다 일어나거나 팔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관람객들 사이를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등의 동작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답니다. 유니트리로보틱스 홈페이지에서는 G1이 곤봉을 휘두르거나 호두를 까고, 프라이팬으로 조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양팔, 손가락 관절 구현한 산업·협동로봇의 진화

뉴로메카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양팔로봇 ‘토르소’. 이진주 기자

뉴로메카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양팔로봇 ‘토르소’. 이진주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다관절 로봇의 미래도 볼 수 있었습니다.

로봇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 뉴로메카는 양팔로봇 ‘토르소’를 선보였는데요. 토르소는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로봇이 한쪽 팔로 하지 못했던 동작을 양팔로 구현해 생산성을 보다 높일 것으로 기대돼요. 뉴메로카 관계자는 “토르소는 사람이 양팔을 움직여 조립하거나 양손으로 잡는 동작 등이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산업로봇과 협동로봇도 휴머노이드에 가깝게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한 부스에서는 로봇팔을 대신해 사람이 데이터 글러브를 끼고 손을 움직여 종이컵을 옮기는 시연도 진행됐어요.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산업로봇이나 협동로봇은 사용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그리퍼(로봇 손)를 로봇팔 끝에 부착해 사용합니다. 테솔로는 그리퍼와 로봇 자동화 솔루션 사업에 주력하는 회사인데 이번에 새로운 로봇 손 제품인 ‘델토 그리퍼 5핑거’를 처음 공개했어요.

이 로봇 손은 한 손가락당 4개의 관절로 구성됐고 비전 AI를 결합해 잡으려고 하는 물체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손 모양과 힘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해요.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론 협동로봇에 접용하면 보다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로봇 그리퍼 전문기업 테솔로 관계자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로보월드’에서 새로운 로봇핸드 제품인 ‘델토 그리퍼 5핑거(DG-5F)’를 원격조종해 종이컵을 옮기고 있다. 이진주 기자

로봇 그리퍼 전문기업 테솔로 관계자가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로보월드’에서 새로운 로봇핸드 제품인 ‘델토 그리퍼 5핑거(DG-5F)’를 원격조종해 종이컵을 옮기고 있다. 이진주 기자

로봇 솔루션 전문기업에서 로봇 제조까지 사업을 확장한 브릴스는 국내 최초로 방폭형 협동로봇을 전시했어요. 방폭형 협동로봇은 화학 소재 등을 다루는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가연성, 폭발성 등으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해준다고 해요. 브릴스는 앞으로 용접용 특수로봇, 물류로봇 등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실내외에서 활동하는 자율주행로봇 ‘개미’를 연계해 완전 무인화 배송 시스템을 완성한 로보티즈, 거대언어모델 (LLM)을 통해 고객과 대화하며 체크아웃을 돕는 접객 로봇 등을 선보인 로보틱스 플랫폼 전문기업 인티그리트의 부스 등을 둘러보며 일상에 파고든 AI 로봇을 체험할 수 있었어요.

로보월드 전시에서 만난 여러 로봇 개발자와 관계자들은 “현재 개발 중인 모든 로봇의 종착점은 휴머노이드”라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도 갈 길이 멀다고 해요.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는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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