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미화·관리사무소 노동자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갑질’을 한 입주민에게 총 45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 수준보다 높은 금액의 위자료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민원인 갑질이 심각한 위법행위임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28일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입주민 이모씨가 피해자인 관리사무소장 A씨와 직원 B씨에게 각 2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입주자대표회장 C씨에 대해서도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씨는 2019년부터 아파트 경비·미화·관리사무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 부당지시를 반복했다. 상가 에어컨 청소, 개인 택배 배달 등을 지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겠다며 업무태만 민원을 제기했다. 이씨의 갑질로 10여 명의 노동자가 일을 그만뒀다.
이씨는 A씨에게 “죽은 부모를 묘에서 꺼내오라” “개처럼 짖어봐라” 등 심각한 폭언을 했다. 경찰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했던 B씨에겐 “내일 나오면 죽여버린다”며 협박했다. 입주자대표회장인 C씨에게도 피해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을 요구하고 반복적으로 소를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의 범죄 행위로 인해 강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소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통상적인 재판청구권의 행사범위를 넘어가는 것으로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을 보이는 점”이라고 했다. 이씨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4월 청구기각, 같은 해 9월 항소 기각, 지난 1월 상고 기각됐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이씨에게 폭행죄 및 보복협박죄 등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확정했다. 모욕죄와 업무방해죄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직장갑질119는 “여태껏 괴롭힘 사건에서 피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면 1000만원 이내에서 위자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건은 민원인 갑질이 형사처벌 대상일 뿐만 아니라 2000만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심각한 위법행위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했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장재원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괴롭힘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위자료 수준을 앞으로 더 상승시킬 필요가 크다”며 “손해배상 외에도 피해자를 보호, 지원할 수단을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