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관리 압박
가산금리 높게 유지” 해명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로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는 내리고 대출 금리는 올리며 예대금리차를 벌리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방침이라지만, 올 3분기에도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5~3.42% 수준으로 대부분 상품이 기준금리(3.25%)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농협은행은 주요 거치식·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55%포인트 낮췄고, 우리은행도 만기 1년의 적립식 예금 금리를 연 2.2%에서 2.0%로 0.2%포인트 내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후 떨어진 시장금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1년 금리는 지난 11일 3.218%에서 25일 3.195%로 0.02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연 3.74~6.14%로 지난달 말보다 하단이 0.10%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의 가산금리를 높여뒀는데 당국의 관리 압박이 지속되는 한 금리를 낮추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될 때에는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먼저 떨어져 은행의 예대마진이 줄어든다. 그런데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은행이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57%포인트로 4개월 만에 확대됐다.
은행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올 3분기에도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KB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4조395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조9856억원으로, 사옥 매각이 있었던 2022년을 제외하고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역성장이 예상됐던 우리금융지주도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한 누적 순이익 2조6591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