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아이즈’ 개발사 대표
“예의 없이 끊으면 어떡해?”
아내는 노발대발했다. 뻔히 보이는 보이스피싱 통화를 가로채 끊어버렸다는 이유에서다. 2년 전 2700만원의 피해 경험이 있는 아내는 이번에도 ‘당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이날의 충격 이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인피니그루의 유경식 대표(사진)는 보이스피싱 탐지·차단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전력투구해왔다. 만약 앱이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 범죄의 기미를 즉시 읽고, 피해자보다 먼저 금융사와 수사기관이 움직이게끔 한다면 어떨까. 각개전투 중인 금융당국, 수사기관, 각 금융사·통신사를 한데 묶는 ‘보이스피싱 공동 대응 플랫폼’ 앱을 만든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누적 다운로드 수 600만회가 넘는 앱 피싱아이즈와 시티즌코난은 이 같은 구상에서 탄생했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유 대표는 “예전 부모님 댁에 보일러 깔아드리듯, 이젠 부모님 폰에 피싱 차단 앱 하나씩 깔아드리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완벽 차단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악성 앱 상시 감시와 금융권 공동 대응이 필수”라며 “금융당국이 지금 놓치고 있는 지점”이라 지적했다.
유 대표는 보이스피싱의 가장 강력한 징후인 ‘악성 앱 설치·작동’을 24시간 365일 감시하는 앱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악성 앱으로 이미 현혹당한 피해자는 범죄자에게 스스로 돈을 건네기 때문에 개별 은행에서 ‘이상거래’로 탐지하기 어렵다”며 “금융 앱을 쓰지 않을 때에도 악성 앱의 설치·가동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위험이 탐지되면 사용자뿐 아니라 금융사에도 즉시 알려 이체, 대출 등 금융거래를 바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