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7일 중의원 선거(총선)와 관련해 기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이 대거 낙선해 이번 선거의 성격이 ‘심판’이었음을 보여줬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출마한 비자금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했다.
이들 46명은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공천을 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34명,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일찌감치 탈당한 2명이다. 대부분은 옛 아베파다. 낙선자에는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 등 유력 정치인도 포함됐다.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었던 옛 아베파 의원들이 대거 연루됐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이시바 총리가 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당 총재 선거 과정에선 개혁 방향과 책임 등을 따지기 위해 의회 내에서 토론하고, 비자금과 관련해 성실히 해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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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경기침체 속에 최근 2년여간 소비자물가가 올라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등 민생이 팍팍해진 것도 자민당 지지 기반을 약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상승한 것도 가계에 부담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1∼2일 벌인 여론 조사에서 새 내각의 우선과제(복수응답) 1순위는 ‘경기·고용·물가 대책’( 55.9%)이었으며 ‘연금·사회보장’(29.4%), ‘육아·저출산’(22.7%)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경제 대책에서 딱히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