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위 50위 내 부자 중 23명의 개인 전용기에서 뿜어내는 탄소 배출량이 평범한 사람이 약 300년 동안 뿜어내는 양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유층의 과다한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다음달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Carbon inequality kills)’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부자들이 전용기, 요트 등을 통해 뿜어내는 탄소 배출량, 투자를 통해 뿜어내는 배출량 등을 일반인이 배출하는 양과 비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옥스팜은 상위 50위 내의 부자 중 전용기를 소유한 23명이 1년 동안 평균 184회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425시간의 비행 동안 연간 평균 2074t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인이 약 300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나머지 27명은 전용기가 없거나 공식적인 관련 기록이 없는 경우다.
또 18명의 부유층이 보유한 대형 요트 23대의 연간 평균 탄소 배출량은 5672t으로 추산됐다. 이는 일반인이 약 860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옥스팜은 이들 부유층이 평균 90분 만에 일반인이 평생 배출하는 양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용기 두 대는 1년 중 약 25일 동안 비행하면서 미국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207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탄소를 뿜어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간 총 5497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개인 전용기를 2대 이상 소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이 834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미국 소매기업 월마트의 상속인인 월튼가는 가격이 5억달러가 넘는 대형 요트 3대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요트들은 연간 5만6000해리를 이동하면서 총 1만8000t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1년 동안 월마트 매장 직원 약 1714명이 배출한 탄소량과 맞먹는 양이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계속된다면 탄소예산은 약 4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옥스팜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상위 50위 부자들처럼 전용기와 요트를 타면서 탄소를 배출한다면 탄소 예산은 이틀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예산이란 전 지구 지표면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말한다.
옥스팜은 부자들이 투자를 통해서도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위 50위 내 부자들의 투자를 통한 탄소 배출량 평균은 전용기와 요트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의 약 340배에 달했다. 옥스팜은 이 부자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약 40%가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이른바 ‘오염 산업’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옥스팜은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상위 1% 부자에 대한 소득세와 재산세를 신설하고, 개인 전용기·요트 등 탄소집약적인 사치 소비를 금지하거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 산업 투자에 대한 부유세를 부과할 것도 제안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슈퍼리치들은 지구를 마치 자신들의 놀이터처럼 여기고, 쾌락과 이익을 위해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면서 “그들의 오염 산업에 대한 투자와 개인 제트기 및 요트 등의 사치품은 과잉의 상징일 뿐 아니라 사람과 지구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부유층의 무분별한 오염과 무절제한 탐욕이 우리 공동의 미래를 위협하는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