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서 물러나는 박진 사무총장의 쓴소리 “비판 앞에서도 인권 옹호 앞세워 달라”

배시은 기자
박진 국가인권위 사무총창(가운데)이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권위를 떠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박진 국가인권위 사무총창(가운데)이 2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권위를 떠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퇴임하면서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에게 “자신을 향한 비판 앞에서도 조직과 인권 옹호만을 앞세워달라”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28일 열린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이해하고 감당하는 것이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어른은 나이의 적고 많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퇴임식에는 안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박 사무총장은 재직 2년 9개월 만에 사의를 밝히고 이달 말 인권위를 떠난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3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라며 “지난 8월부터는 거듭 고행의 나날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2022년 취임하며 ‘인권위에 가면 인권이 있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결론적으로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박 사무총장은 인권위의 현실에 관해 “권고율은 최저 수치고 합의 정신으로 토론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결정은 수시로 뒤집히고 있다”며 “상임위는 몇 달째 열리지 않고 소위원회와 전원위원회는 정지 상태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공회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 인권 감수성이 높은 직장을 만들고 싶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며 “어느 때보다 직원들이 아파하고 모욕당하고 실망했다. 제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퇴임식에 참석한 일부 인권위 직원은 박 사무총장의 퇴임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박 총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는 나는 퇴장한다. 인권위에 사직 의사를 전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회의 때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과 갈등을 빚었다. 김 상임위원 등은 박 사무총장을 퇴장시켜달라고 요구하거나 아예 자리를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이 상임위원의 요구나 주장에 박 사무총장이 제동을 거는 일이 반복되며 발생한 일이었다.

퇴임식에는 군인권센터와 성소수자부모모임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함께 했다. 정동렬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는 “지난 시간 성소수자 가족을 위해 보여주신 이해와 지지를 잊을 수 없다”며 “소수자 차별이 만연하고 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에서, 목소리 내기 힘든 이들을 위해 힘내주신 박 사무총장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다산인권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등 현장 활동가로 출발해 수윈시 인권위원회 및 경기도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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