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위축시키는 효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올해 들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제소한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약자들의 반론권을 위해 만든 제도를 거대 정당이 기자들을 위축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8일 언중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당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언론사를 언중위에 제소한 건수는 국민의힘이 55건, 민주당이 1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민의힘 28건, 민주당 1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제소 대상 기사 중에는 양당의 대표에 대해 다룬 기사가 많았다. 국민의힘이 낸 제소 요지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 당대표 회담 생중계 제안을 철회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한 대표가 영부인 특검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한 대표는 올 초부터 4·10 총선 때까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선출됐다.
민주당은 2021년과 2022년에 언론사 상대 언중위 제소가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 10건을 찍고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언론 보도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당 차원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제기한 언중위 제소 이유에는 ‘이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후 방북을 추진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김만배와 돈거래를 한 혐의를 받은 전직 언론인 사망이 이 대표와 관련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등 이 대표의 재판 관련된 건이 다수였다. 민주당이 올해 제소한 135건 중 51건(38%)은 언론사와 협의를 하거나 기사가 수정돼 스스로 취하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요즘 팬덤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들이 당대표가 됐는데, 팬덤 지지층들은 기성 언론과 싸우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다보니 언중위 제소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언중위 제소는 기자들을 위축시키고 비판 보도를 자제하게 만드니 그런 효과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