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고양시를 지나는 창릉천에서는 처음으로 회유성 어류인 은어가 발견됐다. 창릉천과 함께 한강 수계에 속하는 파주 문산천과 서울을 지나는 당현천, 중랑천, 인천 남동구의 장수천 등에서도 은어가 확인됐다. 모두 과거에는 은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본격적 생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변변한 학술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곳들에서의 발견이었다.
몸길이 15㎝ 정도로, 시민들에게도 친숙한 은어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긴 댐과 둑, 보 등으로 인해 회유가 어려워지고, 수질까지 오염되면서 크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은어의 ‘귀환’을 환경단체 활동가, 생태학자 등이 크게 반기고 기뻐한 것은 은어가 확인된 것의 의미가 단순히 어류 한 종이 돌아온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은어는 무엇보다도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하며,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또 은어는 연어처럼 생애주기 동안 단 한 차례만 고향 하천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강과 바다를 오가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은어가 돌아온 것은 하구 주변 기수역과 하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강 수계 곳곳에서는 은어뿐 아니라 멸종위기 어류인 흰수마자까지 모습을 나타내면서 많은 이들을 기쁘게 했다. 생태학자들은 이들 어류의 귀환에 서식지 환경 개선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천 수질과 수변 환경을 복원하는 노력이 결실을 거뒀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선 아직 간과되고 있지만 서식지 복원은 생물다양성 증진뿐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유럽연합이 최근 자연복원법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의 20%를 복원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운 것에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취를 감췄던 어류들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서식지 복원 외에도 또 한 가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있다. 바로 하천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이어지는 흐름이 막혀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댐, 보, 둑을 없애면, 즉 서식지를 복원하기만 하면 자연은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여준다. 기자가 2015년 방문했던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구마가와 아라세댐에선 댐 철거를 시작하고, 물길이 이어진 지 얼마 안 돼 은어들이 돌아와 주민들을 기쁘게 한 바 있다. 최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매년 선정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캠페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세종보 상류 금강’ 역시 수문을 개방해 자연적인 물 흐름을 회복시키면서, 모래여울이 복원되자 멸종위기 어류들이 돌아온 사례다.
유럽연합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기후위기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자연기반해법’으로 해결하는 추세인 것도, 이처럼 자연의 회복탄력성이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통찰이 생겨난 덕분이다. 생물다양성 증진과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댐, 보, 둑의 신규 설치를 중단함은 물론 쓸모없는 기존의 인공구조물도 철거해 서식지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