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과 싸우려는 ‘김건희 남편’ 대통령

양권모 칼럼니스트

어찌보면 일종의 내부자인 명태균(김건희 여사가 “완전히 의지하는” 선생님)과 김대남(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공적(?)이 지대하다. 그들의 ‘미필적’ 토설이 아니었으면 용산 구중궁궐 대통령 부부의 치부를 이리 날것으로 접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때 혼자 떠들고, 참모들 말은 안 듣고, 꼴통처럼 고집을 부리고, 그러면서도 부인 말은 잘 듣고, 극우 유튜브를 보며 심리적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그간 즉흥적이고 독단적 국정운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만큼 증언해주는 것도 없다.

사실 ‘59분 대통령’의 독선 불통이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김건희 여사의 광범위한 오지랖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실의) 십상시 같은 어린 애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다. 그들의 녹취록과 문자 대화는 대통령 배후에서 김 여사가 국정, 인사, 공천, 당무에 관여한 증좌처럼 비친다. 천박하기까지 한 언사는 둘째치고, “철없이 떠드는 무식한 오빠”라고 남편을 평가한 여사의 문자는 한 가닥 남은 정권의 권위를 깡그리 무너뜨렸다. 배우자에게 이 정도 평가밖에 받지 못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이자 군통수권자라니, 참 낯뜨거운 일이다. 이제 대통령의 모든 언행은 죄다 희화화될 것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군주가 제일 위험한 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명태균, 김대남의 공적은 더 있다. 그들의 폭로(?)가 김 여사의 위험한 오지랖을 제어할 계기를 잠시나마 마련했다. 실제 마포대교 시찰 등 ‘대통령 놀이’를 즐기던 김 여사가 납작 엎드렸다(엎드린 시늉인지 모른다). 그간에도 여론이 나빠지면 뒤로 숨었다가, 슬그머니 공적 활동을 재개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시비가 잇따랐지만, ‘명태균·김대남 파문’은 차원이 다르다.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인(私人)이 공적 시스템 밖에서 국정에 개입하면 그게 국정농단이다. 국민에겐 이제 ‘박근혜 탄핵’을 불러온 ‘최순실’이 ‘김건희’로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이 민심을 격동시키고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0%에 턱걸이했다. ‘보수의 대주주’라고 하는 대구·경북에서도 30% 선이 무너졌다. 보수층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부정 평가 이유로 첫손에 ‘김건희 문제’가 꼽혔다. “어떻게 먹고사는 문제보다 김 여사 문제에 더 분노하는지, 이 사실 자체가 충격적”(유승민 전 의원)이다.

임계점에 다다른 분노 민심이 간보기에 익숙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 하여금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정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소위 ‘3대 요구’를 들고 나서게 했을 터이다. 윤 대통령은 이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서도 완전히 무시했다. 대신 윤 대통령은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객기를 부렸다. ‘김건희 의혹’에 대해 죄다 정치 공세, 왜곡된 여론으로 치부하고 거부권에 의지해 계속 덮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아마도 이렇게 뭉개고 가다 11월 중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이 나오면 전세가 역전될 것이라 고대하는 듯하다. ‘헛꿈’이기 십상이지만, 그때쯤 김 여사는 다시 고개를 쳐들려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질러진 비위·의혹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징치할 특검법과는 별개로 앞으로 일어날 농단을 예방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의도가 뭐가 됐든,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마저 극구 반대하는 것은, 김 여사가 자기 주변을 감찰이 들여다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부인을 ‘언터처블’ 성역으로 남겨두려는 데 윤 대통령은 진심이다.

실효성이 제한적인 특별감찰관이라도 없다면 비선 권력의 비위와 전횡을 사전에 제어할 길이 없어진다. 국정 개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녕이 달린 문제까지 비선의 촉수가 번질 수 있다.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 문제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던 김건희다. 공적 개념이 1도 없는 여사가 적극적으로 남북 문제에 개입하는 것,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너무도 상궤를 벗어난 국정이 펼쳐지고, 김 여사의 오지랖이 상상을 뛰어넘기에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김건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작금의 남북 군사적 위기를 이용할 것’이란 시중의 우려가 정말 심상하지 않게 들린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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