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활명수’ 빵식이 진선규, 플라스틱 빨대 쓰지 않은 이유?

허진무 기자
배우 진선규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남미인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배우 진선규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남미인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진선규(47)는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을 넘나들며 변신하는 ‘전천후 배우’다. 중국 하얼빈 범죄조직원(영화 <범죄도시>)부터, 조선시대 혁명가(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치매 할머니를 모시는 손자(연극 <꽃, 별이 지나>), 발레리노의 꿈을 꾸는 할아버지(뮤지컬 <나빌레라>)까지.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선 ‘볼레도르’라는 가상의 남미 국가에서 온 한국계 통역사 ‘빵식’으로 변신했다.

기자가 지난 24일 인터뷰한 진선규는 수줍게 웃고 차분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활발하고 명랑한 캐릭터인 ‘빵식’과는 정반대였다. 진선규는 “빵식이는 저와 굉장히 성향이 다르고, 제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캐릭터”라며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마존 활명수>는 양궁 국가대표 출신 ‘진봉’(류승룡)이 아마존 부족 전사들을 훈련시켜 양궁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다. 빵식은 한국어, 포르투갈어, 과라니어 3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이고 ‘1인 유튜버’이기도 하다. 빵식의 브로콜리 같은 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를 구현하기 위해 진선규는 실제 ‘뽀글이’ 파마를 하고 피부를 햇볕에 태웠다.

진선규는 “실제 외국인 같은 외모를 만들면서도 외국인을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볼레도르는 가상의 국가지만 과라니어는 실제 파라과이 북부에 현존하는 언어예요. 발음이나 억양이 이상하면 해외에선 비하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본을 들으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도 특히 (귀화 농구선수 출신) 전태풍씨의 유튜브를 많이 참고했어요.”

주연 배우 류승룡과는 2019년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진선규는 “승룡이 형이 캐스팅됐다기에 더 생각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호흡은 기대한 만큼 두말 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시 코미디로 뭉쳤지만 사실은 스포츠가 들어간 휴먼 드라마거든요.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지만 승룡이 형이 출연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진선규(오른쪽)와 류승룡(왼쪽)은 2019년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아마존 활명수>에서 호흡을 맞췄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배우 진선규(오른쪽)와 류승룡(왼쪽)은 2019년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아마존 활명수>에서 호흡을 맞췄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 진선규(맨 왼쪽)와 ‘아마존 전사 3인방’을 연기한 (왼쪽부터) ‘왈부’ 역의 J B 올리베이라, ‘시카’ 역의 이고르 페드로소, ‘이바’ 역의 루안 브룸.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 진선규(맨 왼쪽)와 ‘아마존 전사 3인방’을 연기한 (왼쪽부터) ‘왈부’ 역의 J B 올리베이라, ‘시카’ 역의 이고르 페드로소, ‘이바’ 역의 루안 브룸.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아마존 전사 3인방 중에서 ‘시카’를 연기한 이고르 페드로소는 실제 아마존 원주민 출신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부족도 실제 원주민들이다. 진선규는 브라질에서 2주 촬영하며 <아마존 활명수>가 지적하는 환경 파괴 문제를 ‘직관’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진선규는 플라스틱 빨대 없이 커피를 마셨다.

“아마존 강물이 쫙 말라 있고 너무 기온이 뜨거워서 원주민도 낮에 땅을 밟지 못할 정도였어요.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직감했죠. 일상에서 최대한 일회용품은 안 쓰고 텀블러를 가지고 다녀요. 제가 러닝을 좋아하는데 ‘플로깅’(달리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운동)을 한다든지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려고요.”

진선규는 넷플릭스 영화 <전, 란>에서도 조선 임진왜란 시기 의병장 김자령 장군 역으로 출연했다. <전, 란>은 공개 직후 한국 콘텐츠 1위, 비영어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3위를 달성했다. 흥행 소감을 묻자 진선규는 자신이 아니라 통역사를 연기한 후배 배우 ‘고한민’의 이름을 꺼냈다. 통역사는 원래 단역 캐릭터였지만 고한민의 철저한 준비에 놀란 김상만 감독이 비중을 크게 키웠다.

“한민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후배예요. 제가 <전, 란> 오디션에 추천했거든요. 영화가 잘 돼서 좋기도 하지만, 고한민이라는 배우의 성실함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서 너무 좋아요. 제가 계속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야’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잘 돼서 좋아요.”

<아마존 활명수>가 한국 영화와 극장의 꽉 막힌 위기 상황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을까. 시사회로 미리 관람한 작품은 캐릭터가 평면적이었고 클리셰가 많았다. 특히 “한국 사람 다 됐네”라는 뻔한 대사가 등장하며 외국인에게 동화(同化)를 요구하는 장면들은 찜찜했다.

진선규는 “남녀노소가 함께 북적이는 영화관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전(暗轉)이 되면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영화관이고 연극 무대잖아요. 그런 상상력의 무대가 사라지고 ‘쇼츠’만 존재하는 세상에선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화관에 많은 사람이 오기를 바라는 소망은 버리지 않아요. 그 소망을 위해 좋은 연기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남미인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배우 진선규는 오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남미인 통역사 ‘빵식’을 연기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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