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해 유일 ‘공룡·익룡 발자국’인데…프로그램 부족에 하루 관광객 10여명 뿐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군산시 산북동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 김영규 지질공원 해설사가 공룡발자국을 가리키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군산시 산북동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 김영규 지질공원 해설사가 공룡발자국을 가리키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호수로 물을 마시러 오는 공룡이 있었고, 호수 경계를 따라서 진흙을 밟으면서 남겨진 발자국이 화석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지난 20일 전북 군산시 산북동 해이마을회관 옆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에서 만난 김영규 지질공원 해설사의 말이다. 이곳 공룡 발자국 화석은 2013년 산북동 서흥 2구 마을 도로 공사 현장의 지질 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당시 전체 면적 720㎡의 산북동층에서 초식 공룡 보행렬 11개, 육식 공룡 보행렬 3개를 포함해 총 28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확인됐다. 국내에서 발견된 초식 공룡 발자국 중 가장 큰 62㎝ 화석도 발견됐다. 짧고 굵은 발가락 3개와 넓은 뒤꿈치를 가진 ‘캐리리이크니움(Caririchnium)’이라 불리는 이구아노돈 발자국이다.

이곳은 2014년 천연기념물 제548호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군산시는 10년간 45억원을 들여 학술 연구와 화석 산지 보존 처리, 보호 건물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2월 일반에 공개했다.

전북 군산시 산북동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에 있는 공룡 발자국.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군산시 산북동 공룡·익룡 발자국 화석 산지에 있는 공룡 발자국. 김창효 선임기자

이날 찾은 산북동 화석 산지는 과거 작은 바위섬이었다. 주변은 바다를 메운 새만금 간척지다. 육지로 바뀌면서 섬은 언덕이 됐다. 산업단지와 논밭으로 둘러싸인 녹색으로 된 보호각 안에 들어가자 바위로 된 언덕이 나타났다.

언덕에는 어른 발과 비슷하거나 두세 배 큰 공룡 발자국이 일정한 방향으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평행하게 나타난 초식 공룡의 보행렬은 공룡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떼를 지어 호숫가를 걸어간 흔적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해설사는 설명했다.

산북동 화석 산지는 전북 최초로 뒷다리가 발달해 두 다리로 걸었던 초식 공룡(조각류)뿐만 아니라 두 다리로 걷고 비교적 지능이 높은 육식 공룡(수각류)과 익룡 발자국 화석이 동시에 발견된 곳이다. 서해안 지역에서 유일하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총 280여 점이 확인됐다. 육식 공룡 발자국은 40㎝가 넘는다.

전북 군산 산북동 공룡·익룡 화석 산지 보호각 전경.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군산 산북동 공룡·익룡 화석 산지 보호각 전경. 김창효 선임기자

경남 고성과 해남은 바닷가 돌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돼 비가와도 상관없지만, 산북동 화석 산지는 모래와 점토로 이뤄진 사암이라 잘 부서지고 연약해 보호각으로 보호하고 있다. 보호각 안은 1년 내내 일정한 온도(영상 20도)와 습도(50%)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 공룡 발자국은 1억 3000만년에서 6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것으로 추정한다. 학계는 좁은 면적에 백악기 공룡의 행동 특성과 고생태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술 가치가 있다고 한다.

화석 산지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기대감 속에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공룡 발자국을 관찰할 수 있는 것 외엔 특별한 프로그램 등이 없어 화석 산지가 문을 연 후 하루 평균 10여명 안팎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개관 후 11개월간 4227명이 찾았으나 올해는 8월까지 2438명에 그친 것이다.

전주에서 아이와 함께 온 이민영씨(46)는 “신기하고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공간이지만 발자국이 전부다”면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군산시도 보호각만으로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인근에 ‘공룡과 익룡발자국 화석 전시관’ 추진에 나섰다. 다른 지역 공룡 전시관과 차별화를 위해 AR·VR·디오라마·시뮬레이터·매직 거울 등 첨단 시설과 지역 특성을 살린 체험 시설 등을 구상하고 있다. 군산시는 전시관 건립을 위해 지난 9월부터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나병호 군산시 문화예술과 주무관(학예연구사)은 “지역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전시관 조성과 함께 어린이 체험 공간 및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군산의 또 다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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