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연간 5115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전체 전력 소비량인 2163GWh의 약 2.4배에 달하는 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9일 ‘전기 생산하는 시원한 주차장-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차대수가 50대 이상인 7994개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2.91GW 용량의 설비를 갖출 수 있다.
태양광 발전 효율 20%를 기준으로 했을 때, 2.9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은 연간 5115GWh 수준의 전력을 만들어낸다. 한국전력이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의 전력 소비량은 2163GWh다. 주차장 태양광 설치만으로 한 해 전기차 전력 소비량의 2.4배를 생산할 수 있고, 1GW 규모 원전 3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높은 잠재량을 가진 지역은 경기도 40만4867kW, 경상북도 34만468kW, 경상남도 27만9074kW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차장 중 공영주차장은 78%, 민영 주차장은 22%를 차지했다. 주차장 유형별로는 공영주차장(30.99%), 공원(12.32%) , 대학교(11.16%), 휴게소(8.63%) 순으로 잠재용량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주차장 부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에 여러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 면적에 지붕 형태로 설치하기 때문에 입지를 훼손하지 않고 개발할 수 있고, 열이나 눈·비로부터 차량을 보호할 수도 있다. 주차장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형태로 만들어 전기차 충전소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보고서에 “주차장 대다수가 대부분 공영주차장으로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이어 “실질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촉진하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적었다.
프랑스는 2022년 대형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이다. 80대 이상의 주차구획을 지난 주차장의 50% 이상을 태양광 설치하는 내용으로, 프랑스는 이 법안 시행을 통해 11~12GW의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확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폐기되었으나, 22대 국회에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으로 다시 발의됐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할 재생에너지 잠재입지 발굴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교착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발의된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해 수요지 인근의 재생에너지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