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복판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
올 상반기 파업 등 집단행동도 증가
경제부양 고심하면서 통제도 강화
배달 플랫폼 메이퇀 배달원 두 명이 베이징 시내 유명 쇼핑몰에 설치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2024년 10월 28일 촬영. /게티이미지
중국에서 어린이를 겨냥한 흉기 공격 사건이 최근 4개월 사이 세 번째 발생했다. 경제침체와 사회통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의 사회적 긴장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신경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20분쯤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촌 제3초등학교 앞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 포함 5명이 다쳤다. 부상자들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알려졌다. 당모씨로 알려진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중국에서 초등학생 피해자가 나온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이다. 지난 6월 장쑤성 쑤저우에서 등하교 버스를 기다리던 모자가 피습을 당했으며 중국인 버스 안내원이 이를 제지하다 숨졌다. 지난 9월 선전에서는 일본인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흉기 공격을 당해 숨졌다. 이번 사건은 베이징의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대표 학군지에서 발생했다.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의 사회적 긴장이 심각한 수위에 이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외국인·어린이 외 지방 공산당 간부를 겨냥한 범죄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9월 류원제 후난성 재정청장이 관사에 침입한 괴한 2명에 의해 피살됐다.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중국 경찰이 범행 동기를 발표하지 않아 류 청장이 거액의 빚을 졌다는 설, 해고된 운전기사가 앙심을 품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설 등만 분분하다. 6월에는 산시성에서 철거 업무 담당하던 지방정부 지도자가 철거민에 의해 피살된 사건도 있었다.
사회적 긴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불복종 집단행동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집단행동 관련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 경제 둔화와 맞물리면서 집단행동도 늘어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프리덤 하우스 중국 시민불복종 모니터(CDM)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잦아들던 파업·시위·항의방문 등의 집단행동이 지난해 말 부동산 침체와 맞물리며 다시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집단행동은 3월 240건, 4월 234건, 5월 203건을 기록했다가 6월 355건, 7월 291건으로 뛰어올랐다.
집단행동의 주된 이유는 경제적 문제이다. 체불임금 지급·시공 중단 아파트 문제 해결·토지수용 적정 보상·연급 지급 등이 주된 요구사항이다. 항의는 산발적으로 이뤄지며 주로 기업이나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지만 반체제를 지향하는 움직임은 아니다.
다만 지난 5월 토지수용에 대한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윈난성 주민들이 경찰의 제압에 “시진핑의 깡패들이 사람 때린다”고 외친 사례도 보고된다.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이 당국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구조개혁에 치중한다’는 기존 방향을 전환해 일련의 부양책을 내놓는 것도 사회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고위층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이 지난 9월 간쑤성 시찰 기간 높은 실업률과 성장률 감소, 지방정부 부채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현실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9월 26일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경제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4일~8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사회 안정의 위기’에 대응해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당 기율을 강조하는 한편 시민사회의 활동에도 통제의 끈을 조이고 있다.
사정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최근 올해 1~3분기 58만9000명을 처벌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해 최소 15명의 공산당 고위 간부가 ‘금서’를 읽다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죄목으로 처벌받은 이는 8명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하반기 들어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비화할 모든 가능성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경찰은 핼러윈 코스프레를 금지했다. 쓰촨성 기율검사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SF ‘삼체’를 기획한 평론가 겸 편집자 야오하이쥔을 조사 중이다. 중국에서 코스프레나 SF는 사회 비판과 풍자 메시지를 전하려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입’으로 불리던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지난 7월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정지됐다. SNS에서 당의 경제정책 방향을 잘못 설명해 지도부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이유라고 추정된다.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경제 정책의 방향은 바꿨지만, 안보·사회통제 정책은 기존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이 지난 5월 반간첩법 혐의로 구속된 것도 중국의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