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인구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로 인한 만성적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련된 기술 인력의 유입을 장려하는 반면, 비숙련 불법 이민에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한 고급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반영한다. 특히 EU는 IT 산업의 노동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서유럽 주요 회원국들은 필요한 기술 인력에는 문호를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비숙련 이주민의 유입은 엄격히 통제한다. 이민 문제는 국제범죄, 테러리즘 등과 연관된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기에 EU 회원국들은 이민정책을 주권과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최근 EU는 불법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해 제3국에 ‘이주민 송환허브’를 설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협정이 그 예로,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주민을 제3국으로 송환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를 이주민 문제의 외주화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반이민 정서와 극우 정치세력의 확산이 맞물려 유럽 내에서 복잡한 정치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네덜란드, 헝가리, 폴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이주민 수용 의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송환허브를 제3국에 설치하는 데는 현지 국가와의 협력, 비용,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따른다. 특히 외교적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송환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EU 정상들은 망명이 거부된 이민자들의 추방을 가속화하고,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에 원조나 무역거래를 조건으로 자국 출신 이민자를 다시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이주 반환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EU는 이미 불법체류자 증가 및 이민자들의 유입이 유럽의 사회치안과 정체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2004년 헤이그 프로그램(Hague Program)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EU 차원의 불법체류자 및 이민자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망명 절차를 공동 관리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간 서로 다른 정책을 수렴하고 테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이외에도 헤이그 프로그램은 불법체류자 송환에 대한 공동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은 EU 내 불법체류자의 송환 절차, 강제조치 행사 방법, 일시 구금, 재입국 금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각국의 국내법을 존중하면서도, 송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EU 차원의 공통된 법적 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강제조치는 최소한의 침해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인 ‘비례성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에 따라 신중히 행사돼야 하며, 테러리스트와 같이 회원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최대 5년 동안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EU의 이민·망명 정책은 아직도 회원국별로 차이가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우선시하며, 이는 이민 문제 해결에 있어 국가 주권과 협력이 충돌하는 이중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은 현재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정책을 점진적으로 개방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EU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숙련 인재 유입을 장려하면서도 사회통합과 안보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기술과 교육을 강화한 이민자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사회에 통합시키는 동시에,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성을 유지할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