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30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를 시작하면 정부 대응을 단계적으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국익을 고려해 개입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북한군 활동을 감시하는 전황분석팀 파견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무기 지원과 관련해서는 방어용 무기 지원을 우선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방한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과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전황분석팀이라 부르든 모니터링팀이라 부르든, 북한군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라는 우방국에 (대한) 북한군 활동의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고, 모니터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고 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통해서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적 전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결정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의 그 다음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며 “방어·공격용 무기가 있는데 무기 지원을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1차적으로는 방어무기 지원을 얘기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말했다. 그는 155㎜ 포탄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포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따라서 현재 우리가 155㎜ 포탄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건 틀린 얘기”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는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세계평화에 책임있는 기여를 하기 위해 미국의 뜻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국익도 더욱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가 상황을 관찰하면서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조치들이 틀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특사가 조만간 한국에 오면 구체적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어떤 협력을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우크라이나 측에서 특사를 지정하고 와서 얘기할 플랜(계획)을 짜는 데는 하루이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주 내로 특사 파견 계획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군 3000명 이상이 이미 서부 교전지역 가까이 이동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이들을 어느 지역으로 언제 얼마만큼 보내서 전투를 시작할지는 그들의 전략이라 확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위급 인사 상호 방문 등 북·러의 협의 상황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당국 발표 이후에 국제사회 규탄이 시작되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0월 23일에서 24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며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현재 러시아에 방문해 있는 등 긴급히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인 만큼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