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상증자…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짓밟힌 주주가치

김경민 기자
30일 경영권 방어 대책 논의를 위해 긴급이사회를 연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의 고려아연 본사 출입구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경영권 방어 대책 논의를 위해 긴급이사회를 연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의 고려아연 본사 출입구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조5009억원 규모 유증 공시
일반 청약자에겐 3%만 배정
영풍·MBK 지분 희석하면서
우호 지분 확보하려는 포석

주가 ‘하한가’…46만원 폭락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주식을 신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에 나선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 경쟁에서 다시 앞설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고 밝혀 일반주주 돈으로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는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하한가를 기록했다.금융감독원은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기로 해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사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예정 자사주를 뺀 전체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가액(예정치)은 67만원으로, 총모집액은 약 2조5009억원에 달한다. 확정 모집가액과 총모집액은 실제 청약이 이뤄지는 12월3일 전 주가 수준을 감안해 산정되는 가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주식 유통물량 확대를 통해 투자자 피해를 막고, 소유 분산구조를 실시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월평균 거래량이 2만주를 밑돌거나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가 유동주식 수의 5%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돼 추후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공개매수 경쟁으로 유통주식 수가 크게 줄어 주가의 변동성이 컸다.

시장에선 그러나 고려아연의 의도를 다르게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가치를 희석해 MBK·영풍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8.47%이다.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2%로 약 3%포인트 차이가 난다.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영풍과 MBK 지분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청약 한도 조건이다. 고려아연은 총모집주식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나머지 일반공모에 참여한 청약자에게는 3%(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의 사실상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가 전체 지분 중 4%를 확보할 수 있고, 영풍·MBK의 지분 추가 확보를 막을 수 있다. 그동안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하면서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했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다시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유상증자가 최 회장의 지배력 확보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총모집액의 약 92%에 달하는 2조30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지배력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위해 메리츠증권(1조원) 등에서 2조3000억원을 빌렸다. 결국 일반주주의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는 뜻이다.

영풍·MBK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주가는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로 46만2000원(29.94%) 급락한 108만1000원에 마감했다. 한국거래소는 고려아연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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