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불간섭’ 고수해온 중국
직접 설득 나설 가능성 희박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철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된다.
CNN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북한을 압박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시에 따라 미국 당국자들은 중국에 북한의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정세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국가들에도 중국의 움직임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CNN은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최근 “한·미·일 3국은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한국도 미국의 관점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전쟁을 일관되게 물밑 지원해온 중국이 움직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식통과 전문가 사이에서도 중국이 북한의 ‘철군’을 위해 나설 여지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 시각에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장 파병은 북한과 러시아의 내정이다. 중국은 내정불간섭을 외교의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우며 외국이 신장·홍콩 등의 인권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설득을 시도했는데 북한이 듣지 않으면 중국의 위상만 추락하는 일이 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 측 의사에 따라 철군하면 ‘중국의 속국’임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북한이 이번 파병을 포함해 외교·군사 사안을 중국과 논의해서 결정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핵 개발 역시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했다. 중국 역시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중·러관계를 중시해온 중국이 러시아를 불편하게 만들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중국이 나서지 않을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 12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파병 문제는 공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북·중·러관계 전문가는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사실은 미국과 한국도 알고 있다”며 실제 철군보다는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파병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