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교전 중 북한군 1명 빼고 전멸’ 전언 보도도
미, 사실 확인 발표 ‘신중’…국제사회는 충격·초긴장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내로 진입했다는 전언이 나오면서 국제사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군의 전선 투입 동향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사실상 전선 투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29일(현지시간) CNN은 2명의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진입했다”며 “당국자들은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최전선으로 이동하면 침투 병력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군 상당수는 이미 작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앞서 약 1만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 지역에서 훈련 중이며 일부는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확인했는데, ‘우크라이나 내 진입’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소식이다. 미국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파병 사실을 확인하기까지에도 한국·우크라이나 등의 발표와 시차가 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군 약 3000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0㎞ 떨어진 곳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비정부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전날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의 첫 육안 접촉은 10월25일 쿠르스크에서 이뤄졌다”며 “내가 알기로 한국인(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은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며 경계해온 만큼,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제사회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북한군에 반격해야 하는지를 묻자 “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간다면 그렇다”고 말해 북한군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상 전선 투입이 시작됐거나 임박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북한군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은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항하는 보병으로 배치될 가능성을 점쳤으나, 전투 능력을 두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언어 장벽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지만 최전선 배치 병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력 수준과 무관하게 갈수록 국제사회에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와 북한을 위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 길버트 로즈먼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러시아는 미국의 동맹국과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것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관은 “북한군을 매우 복잡한 (러시아) 전쟁 기계에 통합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를 이용해 미국과 아시아의 동맹국을 두렵게 하는 일은 매우 간단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 자체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파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미국에 역설하려는 시도로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