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말고 에듀코인

홍인기 | 교육정책 비평가

비트코인을 처음 만들었던 이유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과 은행을 중심으로 한 통화 시스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특히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권력을 해체하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통화를 관리하는 방식이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에 유리한 방식이었고 미국 안에서도 금융과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상용화하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가상화폐 이외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가 한동안 뜨거웠지만 최근에는 AI의 등장으로 많이 줄었다. 몇몇 대학이나 IT교육업체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비트코인에 해당되는 디지털 배지를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발급한 기관만 사용할 뿐 실제 취업시장에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고 있는 기회는 기득권의 권력해체를 통한 민주주의 확대에 있다. 대학이나 IT교육업체들은 이미 교육계의 기득권에 해당되기에 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 문제점은 입시중심의 과도한 경쟁교육을 통해 청소년시기에 지나친 학습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경쟁교육의 고통 속에서 죽어가지만 경쟁교육의 태풍을 잠재울 방법이 없었다. 이 태풍을 소멸시키려면 태풍의 에너지원이 되는 경쟁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숫자와 1인당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존의 경쟁교육이 싫어도 대안적 교육경험을 통해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 대안적 교육방식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 주류 경쟁교육방식과 제도경쟁이 가능해야 하지만 우리는 대안적 교육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그동안 실패했다.

하지만 공적인 교육시스템 이외에도 여전히 대안학교, 개인과 기업 그리고 다양한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교육기회는 존재한다. 주류 경쟁교육계에 저항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대안교육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 학습이력관리 시스템을 같이 만들 것을 제안한다.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나 자격증만 제공하는 주류교육시스템에 맞서서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에게 개인이 위변조가 불가능한 학습이력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교육기관이나 개인들이 제공한 교육을 이수한 개인에게 디지털 배지를 발행한다. 디지털 배지 안에는 이수한 교육내용과 기술평가나 성적 등의 다양한 정보를 담아둔다. 학습자는 개인의 전자지갑에 디지털 배지를 보관한다.

이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디지털 배지를 발행하는 기관이나 개인의 교육내용 수준을 어떻게 보증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교육기관의 교육내용 수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교육을 실제로 이수한 사람이다. 교육기관의 등급은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매겨진다. 물론 이수자의 평가 횟수가 증가할수록 가중치를 주어 이수기관과 개인의 등급을 조정한다. 교육을 진행한 주체만 교육이수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수자가 교육을 한 주체를 상호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교육기관이 교육이수자를 평가하는 것은 기존에도 있었던 방식이기에 새로운 시스템은 ‘학습자 평가 중심의 학습이력 관리시스템’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초기에는 공적인 교육기관만 참여하지만 학습이력 관리시스템이 사회적으로 호응을 얻게 된다면 대학이나 자격증을 발급하는 다양한 공적 기관의 참여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시스템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배지를 가칭 ‘에듀코인’이라고 불러도 좋다. 즐거운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기 위해 많은 자본과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은 뒷짐만 지고 가만히 있기엔 너무나 심각하다.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부족한 생각이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파문을 가져오길 간절히 바란다.

[교육 돌아보기]비트코인 말고 에듀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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