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 파주시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던 납북자가족모임의 계획이 31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납북자가족모임은 대북전단을 준비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강경한 저지 분위기에 살포행위를 시도하지 않아, 경찰이나 주민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31일 오전 10시 50분쯤 파주시 문산읍 소재 임진각관광지 내 국립6·25납북자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예정했던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사법경찰과 도지사가 살포행위를 하지 말라고 협박해 행사를 취소하고, 오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시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할 계획”이라면서 “이제는 풍선이 아닌 드론을 사용한 행사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오전 11시 국립6·25납북자기념관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와 한국인 고교생 납북자 5명, 최 대표 부친의 이름과 사진, 설명 등이 실린 대북 전단 10만장을 살포할 계획이었다.
이에 경기도는 강경대응 방침을 세우고 현장에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 8개 부대(640명), 경기도특별사법경찰(77명), 파주시 직원(70명), 소방(15명) 등이 배치했다.
파주 민통선 마을 주민들과 접경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등 100여명은 트랙터를 동원해 도로를 막았다.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 ‘우리도 좀 살자’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유럽 출장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네덜란드의 숙소에서 긴급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대북전단 공개 살포 계획과 관련해 비상 대응체계 수립 등의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에 따른 도민 안전을 도정의 최우선 목표로 해 비상 대응체계를 수립하고 비상근무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경기도특별사법경찰, 파주시청,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파주 이외의 대북전단 발송 가능지역에도 순찰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이날 현장을 찾아 “대북전단 살포는 불법”이라며 “지금 대성동 주민들은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도 어려운 끔찍한 북한의 대남확성기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납북자가족모임이 실제 전단살포는 하지 않으면서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이 조만간 또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개최한다고 예고해 갈등의 가능성은 계속 남아 있는 상태다.
앞서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도민 안전 위협을 우려해 파주·연천·김포 등 접경지 3개 시·군, 11곳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위험구역으로 설정되면 재난안전법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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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화군은 강화군 전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 전단 살포자의 출입 통제와 행위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화군은 다음 달부터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대북 전단 등 관련 물품 준비, 운반, 살포 및 사용 등을 금지키로 했다.